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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배급 전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상도(商道)는 없고 '힘겨루기'만 있을 뿐이다" 최근 메이저 배급사간 치열한 경쟁을 두고 한 배급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올 여름 전례없이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극장가가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이들 배급사들은 하나같이 스크린을 한 개라도 더 많이 확보해 단기간 관객을 동원하려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전략을 취하고 있는 게 특징.

「진주만」과「미이라2」가 서울 각각 72개와 71개 스크린에서 상영, 단기간 관객 동원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 주 개봉한 시네마서비스의「신라의 달밤」도 현재까지 34개관, 5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툼레이더」는 서울 36개관(59개스크린)을, CJ엔터테인먼트의「슈렉」도 현재 서울 42개관(스크린 52개)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전체 55개 극장의 209개 스크린 중 이들 4개 영화가 90%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배급팀의 한 관계자는 "일종의 `땅따먹기'처럼 한정된 스크린을두고 주요 메이저 배급사들끼리 싸우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스크린 확보 과정에서 '변칙'이 성행해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는 CJ엔터테인먼트. 이 배급사는「툼레이더」를 의식해 실제 개봉일보다 한 주 앞당긴 오는 30일 서울 씨네월드에서「슈렉」을 이벤트 형식으로 일찍선보일 예정이어서 배급사와 극장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CJ측은 "「슈렉」이 애니메이션인만큼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일종의 모니터링 차원에서 마련했다"면서 "외국에서는 이같은 '깜짝 유료 시사'가 많이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개봉 스케줄이 정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한 주씩이나 일찍 상영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행위로, 다른 영화의 상영기회를 박탈하는 상도에 어긋난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몇몇 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점함에따라 소규모 영화들이 설자리를 잃고있다.「소살리토」「오! 그레이스」등만이 소수 극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 '입소문'이 난 영화도 3주면 간판을 내려 관객들도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관람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른 바 `롱런'영화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의 김선호 팀장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작은 영화들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관객들도 영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서 배급사간 과잉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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