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은 특검 임명하고, 특검은 중립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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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내곡동 특검법)이 다시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다. 청와대는 3일 민주당의 특검 후보자 추천이 ‘일방적 추천’이라며 ‘재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특검 추천을 둘러싸고 여야는 대치 중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원만한 협의를 거쳐 특검을 추천하기로 한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판하며 재추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래 민주당이 추천키로 합의했으며, 그간 충분히 여당과 논의했기 때문에 재추천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치상황에서 남은 가능성은 청와대가 특검 임명을 거부하거나, 그냥 수용하는 두 가지뿐이다. 특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특검법 위반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법을 어기는 사태를 막자면 당연히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물론 청와대와 여권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검법은 만들어질 당시부터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대목을 두고 위헌 논란이 있었다.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가 사실상 조사까지 맡게 된다는 점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로 이번에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두 명은 모두 진보성향 법조단체를 이끈 주역들로 친야(親野)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를 하기로 했던 만큼 보다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의 소지를 줄였어야 맞다. 특검이 정파성을 의심받게 되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특검을 임명하는 게 순리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을 위반해선 안 된다. 특검법에 따른 임명 시한인 오늘 중으로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장치다. 행정부에 속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신에 따라 입법부가 특별히 법을 만들어 다시 수사하는 정치적 행위다. 더욱이 이번의 경우 대통령과 직계가족이 직접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이다. 대통령이 특검법의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도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 같은 논리에서 재추천을 요구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청와대가 특검을 임명할 경우 남은 과제는 특검 활동의 공정성이다. 이런 논란의 소지를 안고 출발하는 특검인 만큼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특히 이번 특검 활동 기간은 대선 캠페인과 겹치기에 매우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바람에 휩싸일 경우 아무리 특검이 철저한 사실 규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청와대는 특검을 임명하고, 임명된 특검은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킬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특검이 소모적 정쟁에 희생되지 않을 것이며, 대선 캠페인도 불필요한 시비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