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입 셋 중 하나 1년 내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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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S대 경제학 석사 출신인 이모(28)씨는 지난해 5월께 여의도에 있는 증권회사에 취업했다가 6개월 만에 그만뒀다. 다른 직장과 비교해 연봉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이씨는 일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데다 야근도 잦았다. 일에 쫓기며 사는 상사의 모습 속에서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현재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직장생활보다 자격증을 갖고 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세무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취직한 뒤 1년 내에 사표를 쓰는 대졸 신입사원이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3.6%에 달했다. 입사시험에 합격했어도 아예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7.6%)를 포함하면 100명의 대졸 신입사원 중 30여 명이 1년을 못 버티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1년 내 퇴사율의 경우 경총이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7년(20.6%)과 비교해 2010년(15.7%)엔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최근 다시 늘기 시작했다. 김동욱 경제조사 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동안 퇴사율이 줄어들었다가 최근 들어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 이유로 ‘조직 적응 실패’(4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급여·복리후생에 대한 불만, 근무지·근무환경에 대한 불만과 공무원 취업 준비 등도 그 뒤를 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인재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대기업 신입사원은 1년 안에 8.6%가, 중소기업은 30.6%가 퇴사했다. 신입사원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만족도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떨어졌다. 대기업의 14.8%가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을 90점 이상”이라고 평가했지만, 중소기업은 6.7%로 절반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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