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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컴팩 알파칩 인수 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C에서 중.대형 컴퓨터까지 기술의 심장부에는 인텔이 자리잡게 됐다. 인텔이 컴팩의 64비트 알파칩 기술을 사실상 인수함에 따라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더욱 굳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신규 진출을 꿈꾸던 세계 반도체 회사들은 전략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PC.워크스테이션용 등 특화된 분야에서 시장을 차지해 온 AMD.모토로라.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의 경쟁사들도 컴팩.인텔 연합과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며 메모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노려온 국내업체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팩이 핵심사업으로 애지중지해 온 알파칩 부문을 넘긴 것은 세계적인 PC시장 침체 탓이다.

세계 최대의 PC업체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중.대형 컴퓨터와 시스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오던 컴팩은 최근 급속한 PC시장의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상반기에는 주력인 PC 판매에서도 델에 밀려 1위자리를 내주었고 최근에는 월가의 분석가들이 89억달러로 추산되던 2분기 수익전망을 1주일새 88억달러로 낮추는 등 사업전망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졌다.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카펠라스는 25일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20% 수준인 서비스 부문 매출 비중을 앞으로 4년 내에 3분의1로 끌어올릴 것" 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저가 PC나 프로세서 분야를 포기하는 한편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인텔과 강력한 제휴를 통해 시장전망이 밝은 중.대형 컴퓨터(서버) 분야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게 컴팩의 전략이다. 이날 컴팩이 경쟁목표를 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중대형 서버시장에 둔다고 못박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인텔의 지위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메모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을 노려온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도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말부터 알파칩 개발에 상당 부분 투자해 왔다. 당장 매출실적에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프로세서 등 비메모리 분야를 육성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던 삼성전자의 계획에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상이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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