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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른 ‘강남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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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제 외국인들이 “싸랑해!” “오빤 강남스타일!”을 따라 외치며 말춤을 추는 광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27일 오후 현재 유튜브에서 최단시간에 2억9100만 번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어제는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2위까지 치솟았다. 싸이는 매일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고, 전 세계가 싸이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에 순식간에 퍼졌다. 수년간 세계 곳곳에 전파된 K팝 열기도 싸이 신드롬에 힘을 보탰다. 평범한 얼굴의 싸이는 코믹한 말춤과 단순성·반복성·기발함이 어우러진 뮤직 비디오로 불경기에 짓눌린 지구촌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덩달아 한국과 한국어, 한국 문화는 지난 수십 년간 이루지 못했던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자동차에 버금가는 수출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 연예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을 발굴해 해외에 내보는 데 치중해 온 게 사실이다. 수많은 기획상품형 가수들이 노크했지만 미국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이에 비해 싸이는 잘 만든 뮤직 비디오 한 편으로 단번에 그 벽을 뛰어넘었다. 문화 수출도 언어나 포장보다 ‘콘텐트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싸이는 스스로 곡을 만드는 능력에다 숱한 공연에서 다져진 경쟁력으로 전 세계에 통하는 콘텐트를 만들어냈다.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면 반 세기 만에 기적이 일어난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1963년, 일본 사카모토 큐(坂本九)의 ‘스키야키’ 이후 아시아 노래가 다시 한번 빌보드 정상에 등극하는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남스타일’의 대성공이 또 다른 후속곡으로, 나아가 제2·제3의 싸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마침 다음주에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는다. 싸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획을 긋고,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한가위 선물을 안겨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