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자회담 거부 땐 5자회담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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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 18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북핵 사태를 6자회담 틀을 통해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 6자회담 틀 개선해야=조태용 외교통상부 북핵 외교기획 단장은 "6자회담은 북한의 핵 야망을 다루고 합의 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보장하는 틀이지만 해법을 만들어내는 데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더 자주 열되, 전체회의 방식이 아니라 소그룹별 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과 이란 간의 핵 회담 조직방식, 일명 'EU 3-이란 방식'을 원용하자고 제안했다.

6자회담의 포괄적 틀 안에서 핵 문제, 경제협력 문제,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 등을 분야별 실무위원회에서 각기 협상하는 방식을 말한다. 조 단장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지면 궁극적인 사태에 대비한 적절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5자회담도 가능하다=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 대사는 "만일 북한이 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기를 거부하고 핵문제에서 도발적으로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면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함께 모여 선택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5자가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디트러니 대사는 "남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더 가까워지면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남북 대화를 지지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앞서 인권이나 마약밀매 같은 문제들이 모두 해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는 "역으로 북한 중앙통신이 미국에 대해 쏟아내는 비난을 미국이 문제 삼는다면 협상은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 조금씩 변하고 있다=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존 메릴 동북아 국장은 "북한은 강력한 사회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느리긴 해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경제에 대해 "하향식 경제개혁 조치가 취해졌지만 북한 경제는 탄력을 받을 힘이 남아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하고 암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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