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몸에서 채취한 세포로 본인 치료용 줄기세포 배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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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척수마비 환자와 당뇨 환자 등 환자의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환자 자신의 세포로 면역거부 반응 없는 치료용 세포를 만들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가 학술지에 게재하기 전에 긴급한 사항을 발표하는 웹사이트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19일 발표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인간 배아를 복제해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용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만드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추출한 줄기세포는 11개다. 줄기세포 추출에 사용한 난자는 185개이며, 이 중 31개가 배반포기로 자랐다. 배반포기는 정자 대신 몸 세포를 집어넣은 난자가 자라서 100여 개의 세포로 분할된 때를 말한다. 지난해에는 건강한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 242개를 이용해 단 하나의 줄기세포를 만들었었다. 즉 건강한 사람의 난자와 몸 세포를 이용했으며, 난자 제공자와 몸 세포 제공자가 동일했다. 그러나 이번에 만들어진 줄기세포의 경우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혈연관계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첫 성과와 비교할 때 줄기세포 추출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졌다. 한 번의 난자 채취로 치료용 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남녀노소, 성별 구분 없이 환자 자신의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줄기세포를 활용한 난치병 치료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로 배아를 만들기 위해 몸 세포를 떼어준 환자들은 2~56세의 척수마비 환자, 저감마글로블린혈증 환자, 소아당뇨 환자 등이다.

줄기세포는 심장근육.신경.췌도.뼈 등 220여 개에 달하는 인체 모든 장기의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만능 세포다. 자신의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면 면역거부 반응이 없어 치매나 당뇨 등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추출된 줄기세포는 피부나 각막.근육.뼈.위장관.호흡기 세포의 특징을 보여주는 각각의 세포로 분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난치병 치료에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추출한 줄기세포를 치료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과제다. 척수마비 환자의 몸 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라면 척수신경 세포로 자라게 해야 한다. 엉뚱하게 뼈 세포로 자라 버리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또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 줄기세포의 특징 중 하나인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치료에 쓸 수 있다.

연구팀은 황우석 교수 외에 미국 피츠버그의대 제럴드 샤튼 박사,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박사, 서울대 수의과대 이병천.강성근 교수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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