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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당 순례길 걷다보면 100년 된 건물들의 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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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5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가톨릭타운 내 성모당(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을 찾은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성모당은 1918년 프랑스의 루르드 성모 동굴을 본떠 건립해 동굴 형태의 건축물 안에 성모상이 있다. 대구시는 이 일대 골목길 1.88㎞를 2015년까지 순례길로 새단장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100년 역사의 대구 ‘가톨릭 타운’을 둘러볼 수 있는 골목투어 코스가 만들어진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25일 “남산동 가톨릭 타운 주변에 조성키로 한 ‘아름다운 천주교 순례길’이 국토해양부의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으로 선정됐다”며 “내년부터 이곳 골목길 1.88㎞에 순례길을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비로 93억원이 들어가며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가톨릭 타운에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대구대교구청·성모당 등 천주교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다. 중구청은 도심 간선도로인 달구벌대로에서 남산동 인쇄골목을 거쳐 수녀원에 이르는 폭 8m의 골목길을 정비한다. 낡은 아스팔트 길은 점토블록이나 돌로 바꾸고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 관광객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녀원의 담장에는 벽화를 그리거나 조각 작품 등 조형물을 설치하고 가톨릭 타운의 역사를 설명하는 스토리 보드도 세운다. 관광객이 쉴 수 있는 쌈지공원을 조성하고 주차장도 만들기로 했다. 입구에는 천주교 순례길을 의미하는 상징문도 설치한다. 중구청은 가톨릭 타운 동쪽에 있는 자동차부속골목의 간판을 새로 디자인하는 등 주변 환경도 정비하기로 했다.

  이는 가톨릭 타운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곳은 지은 지 100년이 다 된 서양식 건물과 아름드리 나무가 많아 도심 관광코스로 손색이 없지만 그동안 방치돼 슬럼을 연상케 한다. 특히 남산동 주변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저항시인 이상화(1901∼43)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1850∼1913)의 고택이 있다. 또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으로 시작하는 ‘동무생각’의 작곡가 박태준(1900~86)의 첫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청라언덕(담쟁이 덩굴이 덮인 언덕)도 만날 수 있다.

  윤 구청장은 “순례길을 만드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보다 대구의 근대 역사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이상화·서상돈 고택을 연계하면 좋은 골목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타운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서상돈이 자신의 남산동 종묘원 3만3000여㎡를 가톨릭 대구대교구에 기증하면서 조성됐다. 1913년 당시 대구대교구장이었던 드망즈 주교가 야산을 깎은 뒤 서양식 2층 벽돌집인 주교관을 지었다. 이어 성유스티노신학교(현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캠퍼스)와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이 차례로 지어졌다. 유스티노캠퍼스 내 성모당(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은 프랑스 루르드 성모 동굴을 본떠 1918년 건립됐다. 하지만 서상돈은 건물들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63세로 생을 마감했다. 동굴 속에 있는 성모상에 기도하기 위해 가톨릭 신자들이 찾곤 한다. 마더 테레사 수녀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81년과 84년 각각 이곳을 방문했으며, 30년대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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