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공격 땐 3차 세계대전 일어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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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자데

이란 군부가 이스라엘·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의 항공사단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준장은 23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승인 없이 일어날 수 없으며 우리가 공격을 받으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이스라엘)이 공격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예방적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자데 준장은 “바레인과 카타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 시설이 공격 대상”이라고 밝혔다. 바레인은 미 해군 중부사령부와 5함대가 주둔한 군사 요충지다. 카타르 역시 공군 부대에 3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아프간엔 9개의 해병대 기지와 7개의 공군 기지에 9만 명의 미군이 있다. 이란의 최신예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세질2’는 사정거리가 최대 2000㎞다. 이 반경 안에는 위 세 나라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비롯,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터키에 주둔한 미군 기지도 포함된다. 물론 타격의 정밀도와 상대국의 요격 능력이란 변수는 있다. 하지자데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가져올 결과들을 일깨워 주변 아랍 국가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전날 “언제 어디서일지는 확실치 않지만 전쟁은 일어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오히려 이스라엘이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군 고위 인사가 이스라엘과의 전쟁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간 이란 측은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이스라엘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일부 지도자의 과장된 시나리오일 뿐이란 반응을 보여왔다. 이란 군부의 강경 발언은 이스라엘의 고조된 핵시설 공격 위협을 이란 측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일 펼쳐진 연례 군사 행진에서는 세질·사하브 등 중거리 미사일뿐만 아니라 이란이 개발한 최신 방공 시스템 ‘라드(Ra’d)’도 선보였다.

 하지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전날인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온주의자(이스라엘)들이 제기하는 문제나 그들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핵시설 폭격 위협이 허풍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일치된 의견”이라고 긍정했다. 아마디네자드는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19일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예정에 없던 군사훈련을 했다. 다음 달 미군과 연합 미사일 방어 훈련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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