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직접 각색·시나리오 맡아 화제가 된 '알레 쌩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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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꾸르 상을 수상한 디디에 방 꼬웰라에르(Didier Van Cauwelaert)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알레 쌩쁠(Un aller simple, 우리말로 번역하면 편도)'은 원작자가 직접 각색과 시나리오를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아내와 자신의 상사와의 불륜을 눈치챈 외무부의 한 관리가 모로코 불법 체류자를 다시 본국으로 송환하는 임무를 스스로 맡아 모로코로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로 중년의 남자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떠나는 줄거리이다.

심각한 주제에 올바르게 접근하고자하는 감독 로랑 헤인느만과 원작이 영화로 각색되면 마치 생명력을 잃어버리거나 화면 밖의 딴 목소리로 엇나갈까봐 자기 작품의 작은 부분까지도 고수하려는 작가의 갈등 관계가 오고 갔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과 원작자의 대결 구도에서도 원작자가 관심있어 한 것은 "감독의 대담성과 자신의 강박증을 영화내에서 최대한 표출시키는 것"이었는데 감독의 그런 부분이 작품의 내용과 잘 어울려 원작자와 감독이 무사히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감독 로랑 헤인느만은 데뷔작 질문(La Question)부터 자신의 모든 (극장용) 영화는 소설이 원작으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TV 영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91년 '바닷가의 노파(La Vieille qui marchait dans la mer)' 이후 거의 10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바보들의 저녁식사'와 '로베르와 로베르' 등 포복절도 코미디로 두 번의 세자르상을 받았던 자끄 빌레르가 주인공을 맡아 자칫 지루한 영화로 빠질 수 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갔고, 불법입국자 역의 로랑 더치와 모로코 현지 가이드 역을 맡았던 바바라 슐츠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었는데 이 영화에 호연으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영화적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원작자가 직접 살려낸 대사의 묘미와 이야기 진행 방식은 언론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원작자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모험 영화에서 한번의 진한 키스 장면도 등장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영화에서 긴장된 감정 상태나 남녀간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적인 미국 영화, 특히 하워드 혹스의 작품에서 표현된 순수한 우정을 실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작가는 감독과 함께 하워드 혹스의 39년작 '천사만이 날개를 갖는다(Only Angels Have Wings)'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물론 '알레 쌩쁠'의 작가 디디에 방 꼬웰라에르의 소설을 직접 영화화한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의 영화계와 관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92년 '어머니의 친구들(Les Amies de ma femme)'을 감독했었고 아녜 들라리브 감독의 '불붙은 후보자(Feu sur le candidat)'와 조르쥬 로트네 감독의 '트리플렉스(Triplex)'의 시나리오를 맡았었다.

박스오피스 (7/6~7/12)

'진주만(Pearl Harbor)'이 1위로 개봉했다. 헐리우드 블럭버스트에 걸맞는 대접인 771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8십만을 겨우 넘긴 관객 동원으로 불완전한 성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7주를 넘기고 있는 장-삐에르 주네의 '아멜리 뿔랭(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은 이번주도 2위를 기록하며 누적관객 5백만을 넘어서 현재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중 4위를 차지했고 2위와 3위인 '플래카드'와 '늑대의 계약'과 10만 정도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그외, '크리스티나의 집(Christina's House)'과 맷 데이먼 주연의 '아름다운 말들(All the Pretty Horses)' 등이 순위권 내에서 개봉했지만 모두 5만 이하로 별다른 주목을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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