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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게 이어지는 생명의 리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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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겨울 밤, 집 앞 계곡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어느새 서울서 달려온 기차가 기적 소리를 울리며 산허리를 돈다. 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가 퇴청마루로 나와 잔기침을 하고….

KBS1 '환경스페셜' (수.밤 10시) 이 20일 특집 방송하는 '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사계' 는 한국의 대표 소리 1백24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환경부와 공동기획으로 1년여 동안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환경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 을 바탕으로 했다.

크게 자연과 생명의 소리, 고향의 소리, 삶의 현장의 소리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네 계절로 나누는 형식을 취했다. 해설자의 내레이션이 전혀 없이 영상과 소리만 내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제작진이 채록한 소리를 들으면 중.장년층은 유년시절 고향을 떠올리며 아릿한 향수에 빠져들 듯하다. 갯벌 아낙들이 꼬막잡는 소리, 시골 분교에 울려 퍼지는 학교종 소리, 비 내린 뒤 진흙탕 튀는 소리, 콩깍지가 불에 타는 소리, 강의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화롯불 뒤적이는 소리….

왕소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 말매미.쓰릅매미.털매미.참매미의 울음소리, 갈대가 서로 몸을 부비는 소리 등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담당 장해랑 PD는 "이번에 녹음한 소리 중 50% 이상은 몇 년 뒤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들" 이라며 "자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고 말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시작할 디지털 방송에 대비해 네 개의 디지털 마이크로 제작, 디지털 음향을 실험한다는 기술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 14일 KBS홀에서 열린 시사회에선 전후좌우와 중앙, 저음역 효과음까지, 6개 채널로 소리를 뿜어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TV방영에선 평소의 TV음향인 스테레오 방식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이같은 입체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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