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큰 증시기관 유관기관 '준세금'

중앙일보

입력

3년만에 주식투자에 다시 손댄 金모씨는 A사이버증권사에 계좌를 터면서 깜짝 놀랐다.

매매 수수료가 20분의 1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의 수수료는 0.025%(업계 평균 사이버 수수료는 0.1%)로 1억원을 거래해 봐야 2만5천원이다.

金씨가 과거 전화 주문을 낼 때 수수료는 0.5%로 1억원당 50만원이었다.

더 놀란 것은 배보다 배꼽이 커진 수수료 체계다.

金씨는 계좌 개설 사은행사로 1주일간 증권사의 몫인 수수료는 면제받았으나 증권거래소.증권예탁원 등 유관기관에서 거둬가는 수수료는 꼬박꼬박 냈기 때문이다.

◇ 돈 넘치는 유관기관=유관기관들이 주식 거래대금에서 자동으로 떼 가는 수수료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이 0.008%▶증권예탁원이 0.004%▶증권업협회가 0.0015% 등 모두 0.0135%다.

이는 1억원당 1만3천5백원꼴로, A증권사는 1억원당 2만5천원의 수수료를 받아서 유관기관들에게 1만3천5백원을 넘겨주면 1만1천5백원 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

여기에다 하반기부터 코스닥위원회도 수수료를 거둬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증권사들은 수수료 출혈경쟁으로 상당수가 적자를 보았지만 증권유관기관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2000회계연도에 유관기관들이 거둔 수수료는
▶증권거래소 1천85억원▶코스닥시장 8백70억원▶증권예탁원 9백억원▶증권업협회 3백90억원 등 모두 3천2백45억원에 이른다. 매년 순익이 쌓여 생긴 잉여금은 ▶거래소 2천4백억원▶코스닥 1천3백억원▶예탁원 2천2백억원▶증권업협회 1천억원 등이다.

이처럼 돈이 넉넉해지자 증권예탁원이 일산 사옥과 별도로 여의도에 사옥을 하나 더 샀고, 코스닥과 증권업협회도 함께 입주할 새 사옥을 물색 중이다.

◇ 수수료 체계 고쳐야=증권업계는 유관기관들에 내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수료를 조금씩 내리거나, 지난해처럼 수수료가 급증할 때면 몇 달 동안 선심 쓰듯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식으론 안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대형증권사 사장은 "증권 유관기관들은 어디까지나 비영리 공익단체" 라며 "사업을 꾸리는 데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예산을 회원 증권사들에서 거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고 제안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도 "유관기관들이 직접 투자자들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를 세금처럼 거둬가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 이라며 "수수료 대신 증권사들이 내는 연회비로 대체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한완선 수원대 교수는 "유관기관이 난립하는 것도 문제" 라면서 "선물시장을 포함해 세 개로 나눠진 시장을 통합하고, 결제기능과 정보기술(IT)부문을 합치는 등 증권시장 효율화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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