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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확 줄었다면 중병 의심 얼굴 누럴 땐 소화기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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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의 작은 관심이 노부모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이번 명절에는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던 부모님과의 스킨십 온도를 높여보자. 청력과 눈 질환·치매·암 같은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가늠하는 노인우울증도 미리 발견할 수 있다. 행여 자식이 신경을 쓸까 봐 몸이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 게 부모 마음이다. 올 추석은 부모님의 건강을 챙긴다는 생각으로 귀성길에 올라보자.

한 70대 여성이 치매 진행 단계를 알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김수정 기자]

어두운 귀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악화

집에서는 대화에 별 문제가 없던 부모님이 길거리나 공연장에서 ‘뭐라고’라며 자꾸 되묻는다면 귀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귀가 어두워지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노화현상이려니 방치했다간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대화가 안 되면 결국 외톨이가 되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은 조용한 곳에서는 대화할 때 문제가 없지만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잘 안 들린다.

 바깥에서 부모님이 눈이 부셔하거나 침침하다고 호소하면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을 걱정해야 한다.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은 노안이라고 생각해 방치할 수 있다. 노인성 3대 안과질환은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할 수 있다.

몸무게는 건강의 척도 … 저체중이 더 위험

부모님에게 몸무게는 건강의 바로미터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이상현(가정의학과) 교수는 “부모님 건강을 손쉽게 체크하는 지표가 체중”이라며 “60㎏을 기준으로 이유 없이 6㎏ 이상이 빠졌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1년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하고, 몸무게가 줄었다면 암 같은 중병을 의심할 수 있다. 중증질환은 원활한 대사작용을 방해한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저체중인 노인이 과체중인 노인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4배, 암에 의한 사망은 18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급격한 체중 저하는 당뇨병 같은 소모성질환이나 갑상선항진증일 가능성도 있다.

 부모님의 얼굴 빛도 살피자. 예전보다 누런 빛을 띤다면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다. 아침에 개운하게 잘 일어나지 못 하고 하루 종일 나른해 한다든지, 잠을 깊게 주무시지 못한다면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가정의학과) 교수는 “소화에 영향을 미치는 담즙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해 혈색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장질환이 있다면 입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던 부모님의 얼굴이 푸석푸석하면 콩팥이나 심장에 합병증이 생겼을 수 있다.

자꾸 되물으며 이유 없이 화내면 치매 의심

부모님이 이유도 없이 괜히 짜증을 내고 똑같은 말을 다시 묻는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치매가 있으면 성격이 변하고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발음이 부정확하지는 않은지, 손자의 이름이나 최근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지 살피자. 차를 타고 내릴 때 동작이 눈에 띄게 느리면 치매일 수 있다.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라 과장은 “초기 치매를 알아차려 적극적으로 재활하고 약물치료를 해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마음건강도 챙겨야

추석이 끝나고 북적거리던 집이 텅 비면 노부모의 마음도 공허해진다. 전문가들은 하루이틀이면 끝나야 할 공허함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노인우울증은 본인조차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특징이다. 주변에서도 기운이 없는 게 나이 탓이라 여겨 방치되기 쉽다.

 서울시북부노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윤기 과장은 “여성은 자기 역할의 불만족이나 신체 질환 등 여러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잘 호소하는 반면 남성 노인은 중한 병으로 고통 받지 않는 이상 우울감과 무력감을 잘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부모가 이유없이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한다면 우울증일 수 있다. 김윤기 과장은 “노인우울증은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80% 이상 회복하는 질환”이라며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취미활동과 가족 구성원의 각별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부모님의 식습관에도 관심을 갖자. 고기만 즐겨 드신다면 대장내시경을 받게 하고, 채식만 하신다면 빈혈을 염려해 봐야 한다. 이상현 교수는 “흡연을 해왔다면 폐 검사뿐 아니라 혈관 검사도 필요하다”며 “동맥경화의 가장 큰 이유는 흡연”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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