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전셋값 초강세 … 대치동보다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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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단지 내에 초·중·고교가 다 있고 교통이 좋아 직장 다니면서 애 키우기에는 정말 좋아요. 집주인이 전셋값 3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하지만 재계약하려고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옛 주공 1단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22일 이곳에서 만난 최모(35·여)씨는 “살기 좋아 이사 가고 싶지 않다”며 “재계약 전 혹시 조금이라도 싼 전셋집이 있나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올해로 재건축돼 입주한 지 4~6년이 된 서울 송파구 잠실·신천동 일대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 등 5곳이 전세 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교통·교육·편의시설이라는 주거 3박자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 덕에 20대 신혼부부는 물론 중·고교생 자녀를 둔 중·장년층에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결과 이들 5개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평균 1483만원에 이른다. 교육여건이 좋아 전세 시장에서 전통적 인기 지역으로 꼽혔던 강남구 대치동(3.3㎡당 평균 1348만원)을 앞질렀다. 한때 강남의 변방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전세 시장에서만큼은 강남을 앞지른 셈이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하는 전·월세 실거래가에 따르면 잠실엘스 84㎡형 11층은 7월 5억원에 계약됐다. 이웃한 리센츠(옛 주공 2단지) 역시 7월 기준층이 5억원에 계약됐다. 길 건너 트리지움(옛 주공 3단지)과 레이크팰리스(옛 주공 4단지), 파크리오(옛 잠실시영)도 마찬가지다.

 이들 아파트 84㎡형 전셋값은 연초 4억6000만~4억70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억100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잠실삼성공인 이경옥 사장은 “엘스·리센츠·파크리오는 전세 재계약 시점(입주 4년차)이지만 전셋값을 올려주더라도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기존 세입자 때문에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 단지가 전세 시장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한마디로 ‘살기 좋기’ 때문. 초·중·고교가 단지 안에 한두 곳씩 자리하고 있다. 엘스·리센츠·파크리오에는 단지 내에 초·중·고교가 각각 1곳씩 모두 있다. 트리지움과 레이크팰리스에는 각각 초·고교, 초교가 있다. 교통도 좋다.

 이 덕에 강남·북 어디로든 출퇴근 시간에도 20~4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어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가기에도 편리하다. 백화점(롯데)·마트(롯데)·병원(현대아산)·관공서(구청) 역시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한강변이고 잠실주경기장·올림픽공원·한강시민공원도 걸어서 5~10분여 거리고, 신천·방이동 먹거리 상권도 잘 발달돼 있다. 신천동 우리공인 황성민 실장은 “초·중·고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족 등 30~50대의 중산층이 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라며 “대기 전·월세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5개 아파트 인기는 전세 시장에 국한된다. 시세는 여전히 대치동 등 전통적 인기지역에 비해 싼 편이다. 대치동 아이파크 84㎡형 기준층은 7월 10억1000만원에 팔린 반면 같은 달 잠실·신천동 재건축 단지 기준층은 8억~9억원 정도에 주인이 바뀌었다.

 이런 추세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주말이면 백화점과 놀이공원(롯데월드)·야구장 때문에 교통이 복잡하다. 또 동간 거리가 좁고 중소형(전용 85㎡ 이하) 위주로 개발돼 집값이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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