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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12. 반도체 산업 세가지 숙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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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1990년대 이후 한국을 먹여살린 산업이다. 21세기에도 '산업의 쌀' 기능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강점인 생산성 우위를 지키면서 메모리칩 일변도인 제품구성을 비메모리 쪽으로 전환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 폭락으로 흔들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과제별 현황과 발전전략을 진단한다.

#1. 비메모리 없인 밥벌이 못한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주문형 반도체(ASIC)설계 전문회사가 만든 시제품 생산에 20억원을 쓰기로 했다.

2005년까지 이 사업에 필요한 돈 3백60억원 중 절반을 산자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도 가락동에 ASIC 지원센터를 세웠고, 시제품 생산에 48억원을 지원한다.

앞으로도 반도체로 먹고 살려면 비메모리를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 때문에 정부 부처가 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비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미국(57%).일본(29%)이 장악한 이 시장에서 우리 몫은 1.5%(2000년 기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비메모리는 D램.S램 등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만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오디오.휴대폰 같은 각종 기기를 구동시키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 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 고 입을 모은다.

이 사업의 관건은 설계기술.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의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처럼 칩을 제조할 능력이 없더라도 설계능력만 있으면 로열티로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1996년까지 20개였던 비메모리 설계회사가 지난해말 80개로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는 급성장 추세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등 대기업도 비메모리 전용생산라인(파운드리)을 새로 세우거나 기존 D램 라인을 전환했다.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아남반도체는 올해 제조능력을 50% 정도 늘렸으며, 동부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에 새로 가세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설계회사의 82%가 자본금 3억원 미만의 영세업체이다 보니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10억원 이상의 외부자금을 조달한 업체는 규모가 큰 10여개 안팎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메모리 육성을 위해선 ▶숙련된 인력 공급▶안정된 자금조달 환경 마련▶품목의 선택과 집중▶최신 파운드리 인프라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아로직 황기수 사장은 "비메모리 사업은 단순 반도체 설계만이 아니라 반도체부터 시스템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며 "정부도 단순히 반도체 제작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MP3.DVD.PDA 등 한국이 세계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특정 기기를 선택해 반도체와 시스템 솔루션을 한번에 만드는 업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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