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위탁생산등 위험 회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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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비투자 전략을 세워라

일본 NEC.도시바.미쓰비시전기 등 세계 유력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64메가D램과 1백28메가D램 등을 감산하거나 사업 철수에 나서고 있다.

가격 폭락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에서만 1조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그 비결은 뛰어난 D램 생산성이다. D램 부문의 경우 한국은 경험많고 우수한 노동자가 많고, 대량생산 기술이 어느 나라 기업보다 앞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얼마나 싼 값에 생산하느냐' 는 반도체 업체의 중요한 생존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하며, 투자 시기와 전략도 중요하다.

인텔은 1980년대 초반 일본 D램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채산성이 떨어져 설비투자를 줄였다가 결국 80년대 중반 D램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은 기술과 공정 부문의 혁신적인 진전과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 라며 "여기서 뒤떨어지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생산 공정은 3백㎜(12인치)웨이퍼다. 기존 2백㎜(8인치)웨이퍼를 이로 바꿀 경우 생산량이 1.7~2.5배 정도 늘어난다.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75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밀고나가기로 한 인텔의 주요 투자분야도 3백㎜ 웨이퍼 라인 건설이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이미 시험 라인을 가동했고, 내년부터 양산 라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경쟁국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2005년까지 1백억달러를 투자한다.

모토로라.IBM.히타치.후지쓰.NEC 등과 홍콩.대만업체가 뛰어들어 2005년께에는 반도체공장만 60여개가 새로 세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업체들은 지난 4년간 2백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대표적 비메모리 전용 생산업체인 TSMC는 올해 12인치 웨이퍼 공장 건설계획을 밝히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 TSMC와 UMC사 등은 각각 필립스.인피니온 등 외국업체들과 합작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선진기업과의 생산협력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 중에 월 5천장 정도의 12인치 제조시설을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함게 국내 반도체 업계의 양축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자금난으로 거의 투자를 못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성원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국내업체들도 투자부담.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생산 위탁과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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