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주효한 바깥쪽 낮은 공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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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까지 53개의 공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박찬호의 제구력이 돋보였다. 5일을 쉬며 체력을 축적한 박찬호는 유연한 투구동작으로 1회부터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상대 애너하임의 타선을 맞상대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과 낮은 쪽의 공, 즉 'ㄴ'자형으로 형성되는 코스에 마음 먹은 빠른공과 유인구를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1회말 상대 1번 엑스타인과의 첫 공이 꽉 찬 바깥쪽 낮은 직구였다.

보통 그 날 잘 사용하는 구질은 1~2회에서 결정된다. 특히 선두타자와의 초구는 포수와 미리 결정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상대 타자를 분석하고 있다하더라도 바깥쪽 낮은 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은 어느 타자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공. 이 구질이 얼마나 잘 먹히느냐에 따라 선발 투수의 그날 구위도 저울질 할 수 있다.

박찬호의 성적 향상은 바깥쪽 공의 위력과 함께 동반상승 해왔고, 오늘도 예외일 수 없었다. 상대 선발 라몬 오티스와의 재대결이 일방적인 박의 승리로 끝난 것도 지난 대결에서 타자에게 노출된 이후 다시 맞는 타자들에 대한 공략법의 차이.

박은 직구와 변화구를 바깥쪽 위주로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상대 타선을 돌파한 반면 오티스는 지난 경기와 같은 패턴을 시종일관 유지한 끝에 매회 진루허용과 1점씩의 젓가락실점을 하다 마운드를 물러났다.

1사 2-3루의 공방이었던 3회 다저스가 희생플라이로 득점한데 반해 애너하임은 클린업트리오에 찬스가 걸렸지만 전력투구한 박의 구위에 눌렸다. 비록 2회말 7번 스캇스피지오에 당한 일격과 6회 보크에 이은 내야땅볼로 2실점했으나 승리의 청신호 빛깔을 바꿀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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