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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고이즈미 '비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중국 공자의 말씀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총리가 너무나 사려 없는 발언을 했다.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 이른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공자의 말을 인용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계속 참배할 뜻을 밝히자 아사히(朝日) 신문이 이같이 '비꼬면서'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어느 나라든 전몰자를 추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떤 방식의 추도가 옳을지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한국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이야기를 하는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게 중국 공자의 말씀"이라며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할 의욕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사히가 18일자 사설 '공자가 탄식하고 있지 않을까'에서 고이즈미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또 "일본의 침략전쟁 등에 책임을 져야 할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는 참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일본 정치권.정부에서도 '좌충우돌식'이라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16일 국회에서의 '야스쿠니' 발언도 돌출 행동이었다. 당초 정부 관계자와의 답변 준비 과정에선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원칙적 발언만 하기로 정리됐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가 국회 답변을 하던 중 흥분해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모들이 "발언 정정"을 건의하자 고이즈미 총리가 16일 저녁 기자들에게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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