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PGA 투어 선정 해프닝 14선

중앙일보

입력

101회를 맞는 US오픈골프대회는 장구한 역사만큼 난 일도 많았다.

미국프로골프협회(USPGA)가 선정한 역대 US오픈 해프닝 14선(選)을 소개한다.

▲1895년 제1회 US오픈 첫 티샷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었다. 존 라이드는 같은 조로 플레이하기로 했던 선수 3명이 모조리 기권하는 바람에 동반한 마커가 첫 티샷을 날렸다.

▲1898년 우승자 프레드 허드는 소문난 술꾼. 미국골프협회(USGA)는 허드가 술값 마련을 위해 우승 트로피를 전당포에 잡혀 먹지 않을까 우려해 안전금고에 맡겨놓으라고 당부했다.

▲토요일날 마지막 라운드를 치른 1901년 US오픈은 동타 선수가 나와 연장전을 치르게 됐으나 연장전은 하루를 쉰 뒤 월요일에야 열렸다.

일요일에는 대회 장소인 미오피아헌트골프장측이 회원들이 골프를 치도록 예약을 받아놓았기 때문이다.

▲빠른 그린과 깊은 러프는 지금도 US오픈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선수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1908년 대회 때 마이크 브래디가 한 홀에서 9퍼팅만에 홀아웃한일. 또 어니 웨이는 그린에서 퍼팅을 했는데 얼마나 그린이 빨랐던지 그린 밖까지 굴러나간 볼은 그만 그린 옆 늪에 빠져 가라 앉고 말았다.

웨이는 US오픈 사상 퍼팅으로 볼을 해저드에 빠트린 유일한 선수로 기록에 남아있다.

▲윌프레드 라이드는 1931년 US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나섰지만 그날 저녁 만찬에서 테드 레이와 정치적 문제로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했고 결국 2라운드85타, 3라운드 86타로 무너졌다.

▲제리 트레이버스는 1915년 처음 도전한 US오픈에서 우승해버리자 아예 은퇴해 버리고 다시는 US오픈을 포함한 어떤 대회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1915년 대회 때 윌리 크리스홈은 8번홀(파3)에서 볼이 바위 틈에 끼자 30여분간의 사투(?) 끝에 탈출에 성공하고 홀아웃했다.

크리스홈이 동반자 짐 반스에게 "내가 몇타나 쳤나"고 묻자 반스는 "18타"라고 대답했다.

이 때 크리스홈의 절규는 아직도 US오픈 역사에 남아 있는 명언이다.

"짐, 내가 그리 많이 쳤을 리 없어. 자네는 메아리 소리까지 셌구먼."

▲1921년 대회에서는 해병대 군악대가 일부 선수들이 그린에서 퍼팅을 하는 것에 아랑곳않고 힘찬 행진곡을 연주했다.

▲빌리 버크는 1931년 대회에서 조지 폰 엘름과 36홀 연장전을 펼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다시 36홀 연장전을 치른 끝에 1타차로 우승했다.

그런데 무려 144홀에 걸친 대회 내내 32개비의 시가를 피워댄 버크는 "담배 연기가 바람의 방향을 손쉽게 알려줘 우승할 수 있었다"고 일갈했다.

▲1934년 대회에서 보비 크루이크생크는 11번홀 두번째 샷을 실수로 개울에 처박았다. 그러나 볼은 바위에 한번 튀기더니 사뿐히 그린에 내려 앉는 것이 아닌가.

크루이크생크는 너무 기쁜 나머지 "감사합니다. 하느님"이라고 외치며 들고 있던 아이언을 공중을 향해 던졌는데 그만 떨어지는 아이언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쓰러지고 말았다.

▲1936년 대회 때 18번홀에서 경기가 약 15분간 지연됐는데 기다리던 레슬리 매디슨의 지갑이 없어졌다. 도둑을 찾아내려고 그린 주변에서 법석을 떨었지만 범인은잡히지 않았다.

▲레이 에인슬리는 1938년 대회 때 고지식한 규칙 준수로 사람들의 넋을 뺐다.

16번홀에서 에인슬리가 친 공은 물살이 거센 개울로 들어갔고 그는 물속에서 공을 때렸지만 개울 탈출은 커녕 공은 자꾸만 개울 하류 쪽으로 떠내려갔다.

하염없이 물속의 공을 향해 샷을 날리던 에인슬리는 결국 개울 하류에 멈춘 공을 겨우 그린에 올려 19타만에 홀아웃했다.

USGA 경기위원이 "왜 1벌타를 먹고 드롭하지 않았냐"고 묻자 에인슬리는 "볼은 언제나 놓여진 상태로 그대로 플레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

▲빠른 그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은 1973년 오크몬트골프장에서도 있었다. 찰리 시포드는 한 홀에서 6퍼팅만에 홀아웃했고 봅 골비는 퍼팅을 좀 세게 쳤는지 공이 그린 밖으로 나가 버렸다. 칩샷으로 다시 온그린한 골비는 결국 3퍼팅으로 홀아웃했다.

▲1993년 존 댈리는 630야드짜리 파5홀인 17번홀에서 투온을 시킨 선수가 있느냐고 주최측에 물었다. 1967년 빌리 페럴이 투온을 시킨 적이 있지만 그 때는 610야드였고 630야드로 늘어난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댈리는 드라이브샷으로 325야드를 날린 뒤 1번 아이언으로 세컨드샷, 300야드 떨어진 그린에 올려놓고 간단하게 버디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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