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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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만들어지면 부실 징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층 빨라지게 된다.

채권 금융기관이 기업의 생사 여탈을 보다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며 손실 부담의 원칙을 외면하는 일부 금융기관의 무임 승차가 차단된다.

이에따라 현대건설과 현대하이닉스의 자금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것과 같은 은행과 제2금융권 간의 마찰도 앞으로는 줄어들어 기업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제정 배경=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지난 3월부터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채권 금융기관들의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조정 기능이 부족해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금융기관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금 지원 등 손실부담은 하지 않고 정상화됐을 때 채권회수 등 이익만을 노리고 있어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회생 및 퇴출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채권 금융기관이 지켜야할 `시장의 규칙'을 담았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정착될 수 있는 과도기적인 한시법(2005년말까지 운용)으로 제정된다.

또 착실한 구조조정 만이 우리경제의 회복과 견실한 성장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새법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 구조조정 어떻게 달라지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게 된다. 모든 금융기관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채권 은행이 거래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해 부실징후 기업을 선정,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클 경우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 처리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난 98년 6월 만들어진 채권 금융기관 간의 약정인 기업구조조정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 협약에 의해 104개 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추진됐고 현재 36개 기업이 워크아웃중에 있다.

그러나 이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은 130개에 불과하고 부실기업 처리를 놓고금융기관들의 의견이 다를 경우 구조조정이 표류하는 것은 물론 자율적인 합의보다는 금융감독기관의 개입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새 법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 금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명확하게 규정했으며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의 결정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법적인 손해배상책임까지 지웠다. 과거 채권단협의회는 위약금 규정을 두기는 했으나 위약금은 물린 적이 없었다.

또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했을 때 기존의 금융기관 채권보다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 변제권을 줌으로써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채권단의 일사불란하고 적극적인 자금지원으로 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이 나빠졌을 때는 법정관리 또는 파산 등 회사정리 절차를 곧바로 밟도록 해 부실 기업의 정리가늦어져 국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채권단의 손실 부담 원칙=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에 채권 금융기관의 가입을의무화하고 협의회가 소집 통보되는 시점부터 해당 기업의 채권 행사를 한달간(자산실사때는 3개월) 못하도록 함으로써 협의회 밖에서 자기 채권만 회수하는 무임승차를 차단했다.

손실 부담을 서로 나눠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정상화됐을 때 과실을 분배하자는 것이다.

채권행사의 유예가 사법부의 결정이 아닌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의 소집통보로이뤄지도록 해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협의회 가입을 거부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협의회에 자기 채권을 시가로 사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인 채권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채권행사 유예기간도 한달에 불과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협의회 쪽에서도 이 반대 채권을 시가로 살 경우 장부가보다는 싸기 때문에 부담을 덜게 된다.

◆과거 채권단협의회의 결정은 새 법 적용을 받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시행이전에 이뤄진 채권단협의회의 각종 의결과 채권 행사의 유예, 경영정상화 약정서의체결, 채권 재조정 등은 이 법에 의한 행위로 인정된다.

그러나 우선 변제권이 주어지는 신규 자금지원, 반채 채권자의 매수청구권 행사,손해배상책임은 새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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