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기준금리 시장금리 반영 못해

중앙일보

입력

채권 펀드 매니저들은 요즘 회사채 사기를 꺼린다. 회사채를 사자 마자 펀드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업협회가 산정하는 기준 수익률이 채권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만기가 6개월 남은 두산건설(투자등급 BBB-) 회사채는 지난 4일 7.43%에 거래됐는데 협회의 기준 금리는 9.68%에 이른다.

펀드 매니저가 이 채권을 사면 기준 금리보다 2.25%포인트 더 비싸게 매입한 셈이 돼 기준 금리에 맞춰 계산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한국투신운용 주승택 채권부장은 "최근 투자등급이 BBB- 이상인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는 기준 금리보다 낮게 매매되기 때문에 매입하는 순간 펀드 수익률을 하락시킨다" 며 "협회 기준 금리와의 격차 때문에 좋은 회사채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끔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회사채 수요가 늘면서 협회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특히 1년 미만의 회사채는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MMF(머니마켓펀드)에 돈이 넘치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졌으나 협회 기준 금리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단기채는 수요 초과로 거래가 많지 않은데다 실제 거래가격보다는 호가로 기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가격과는 차이가 커지고 있다.

협회는 채권 거래가 많은 10대 증권사의 호가를 기준으로 기준 가격을 산정하는데 호가로 산정하다 보면 시장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투신운용 신화철 펀드 매니저는 "회사채 수요가 늘어 요즘에는 만기 1년 짜리 BBB- 회사채는 협회 기준 금리보다 2~3%포인트, 만기 3년 짜리는 1%포인트 가량 낮게 거래되고 있다" 고 말했다.

채권 평가기관인 KIS채권평가 박상우 개발팀장은 "같은 등급의 기업이라도 기업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를 기준 금리로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문제" 라며 개별 기업별로 채권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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