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미국 1·2차 양적 완화 땐 주가·원자재·원화 ‘트리플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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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지난 13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3차 양적 완화(QE3)를 발표했다. 시장에 직접 돈을 풀어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자산시장이다. 주가가 오르고, 금값·환율이 소리 나게 움직였다. 2008년·2010년 1, 2차 양적 완화(QE1, QE2) 때도 그랬다.

미국이 뿌린 달러는 전 세계 자산시장 흐름을 바꿔놓았다. 끝나는 시간이 정해졌던 1, 2차 양적 완화와 달리 이번은 무기한이다. 재테크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차례의 양적 완화 시행기엔 주가과 유가 등 원자재,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강세였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번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1, 2차 양적 완화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번 3차 양적 완화의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증시 상승 기간은 과거에 비해 매우 짧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뭉칫돈이 풀리는 ‘유동성 파티’를 즐기되 길게 탐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과거 1, 2차 때도 그랬지만 양적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주식시장이다. 3차 양적 완화 발표로 14일 전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도 2.92% 올라 단숨에 2000선을 넘었다. 이날 코스피 급등은 1조3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이 끌어올렸다. 이 돈은 미국계 자금으로 추정된다. 1, 2차 양적 완화 기간 중 미국계 자금은 각각 12조원과 9조7000억원이 유입됐다.

 주가 상승과 원화가치 상승 효과는 1차 양적 완화 때가 더 컸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42.91%, 달러에 견준 원화가치는 15.99% 올랐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원화가치는 17일 연중 최고인 1116원까지 올랐다. 외환 전문가 상당수는 “1110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반론도 만만찮다. 이철희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약세는 과거와 달리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 2차 양적 완화 당시엔 미국 경제가 가장 취약했고 중국 등 신흥국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 주도로 성장하고 있고 신흥국은 점차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 약세는 얼마나 갈까.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가는 “달러화 약세는 1개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 금리는 대부분 국가에서 오름세였다. 2008년 12월 말 2.09%였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듬해 6월 3.94%로 1.85%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0.92%포인트 올랐다. 2차 양적 완화 초기 3개월 동안에도 미 국채는 1.23%포인트, 한국 국채는 0.7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기간을 잘게 쪼개 보면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얘기다. 1차 양적 완화 초기 한국은 물론 미국·유로 등 주요국이 모두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국채 금리도 덩달아 급락했다가 곧바로 상승했다. 그러나 1차 양적 완화 후반기인 2009년 말이 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2차 양적 완화 때도 비슷하다. 이번엔 어떨까. 채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를 걸로 전망한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3차 양적 완화 발표 직후인 14일 미 국채 금리가 0.14%포인트 오르면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인 1.87%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처럼 고용안정을 목표로 한 달러 풀기는 중기적으로 한·미 채권 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1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9달러로 올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 가격 역시 온스당 1769.8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차 양적 완화 당시엔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원자재 가격 상승의 폭과 기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신흥국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어 국제 투기세력이 3차 양적 완화만을 보고 투기적 수요에 나설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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