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이사회 무산…사업 표류 위기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사업비만 31조원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 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이하 드림허브)의 1·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갈등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용산역세권 개발 출자사모임인 드림허브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 열린 긴급이사회는 핵심 안건인 용산역세권개발㈜ 대주주 변경안에 대한 의결은커녕 기본적인 의견 교환도 못하고 끝이 났다. 전체 10명의 이사 가운데 코레일측 3명이 회의 도중 절차를 문제 삼고 자리를 박차고 떠났기 때문이다.

다른 7명의 이사들은 이사회를 무시한 행위라며 불쾌해 하는 등 감정의 골까지 깊어졌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당초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 ‘빌딩 자동화시스템 삼성SDS 용역’, 그리고 ‘용산역세권개발 대주주 변경안’이 상정됐다.

이중 용산역세권개발 대주주 변경안은 드림허브를 대신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를 롯데관광에서 코레일로 바꾸는 것이다.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이 갖고 있는 지분 45.1%를 넘겨받아 기존 지분(29.9%)과 합해 모두 75%의 지분을 가진 새로운 대주주로서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관광개발은 2010년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 사업권과 지분 45.1%를 포기했을 때 이를 넘겨받았다. 당시 토지주인 코레일과 맺은 사업합의서에 ‘향후 외부투자자 등에게 양도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고, 이번에 코레일이 이를 직접 양도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사업 주관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 일괄 개발, 과도한 분양면적, 사업비 조달 방안의 불확실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는 롯데관광개발을 사업 추진 주체에서 밀어내고 스스로 들어가 단계적 개발, 증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코레일과 롯데관광 ‘충돌’

따라서 이날 코레일측 이사들은 다른 두 가지 안건을 뒤로 미루고 가장 먼저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코레일이 인수하는 안건을 먼저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것이 통과되면 롯데관광이 추진하는 ‘시공권 매각을 통한 2500억원의 CB발행’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코레일측 한 이사는 “시공권 매각을 전제로 한 CB발행은 나중에 경쟁입찰을 못하게 해 시공비를 절감하지 못하는 등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코레일측 이사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용산역세권개발 대주주 변경안은 코레일이 당초 가진 공기업으로서의 최대 지분 기준인 29.9%를 넘는 것으로 이사회가 아닌 주총 의결사안이라며 주총에서 의결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사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일단 토론은 하되 의결은 주총에서 하자. 일단 급한 CB발행 안건부터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코레일측 이사들이 ‘의미없다’며 회의장을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측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코레일은 “다음 이사회에 다시 용산역세권개발 대주주 변경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하고 있지만 롯데관광개발은 “이미 한번 올린 안건이어서 더 이상 올릴 사안이 아니다. 주총에 올려서 의결할 사안”이라고 맞섰다.

드림허브 대주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업 추진은 당분간 공전을 계속할 전망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