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호주, 브라질 격파 '3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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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내내 세계언론과 축구팬들은 브라질 대표팀을 2.5군이라고 부르며 괴롭혔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괴로웠던 것은 남들이 부르는 별명이 아니라 골 결정력의 문제였다.

예선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한 뒤로는 캐나다 · 일본과의 경기에서 무득점.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도 프리킥으로 한 골. 삼바축구가 삼바만 있고 축구는 없는 모양새였다.

브라질과 호주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3 · 4위전이 열린 9일 울산 문수경기장. 출전선수 명단을 받아본 사람들은 일제히 놀랐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최정예를 선발로 내세운 반면, 호주는 게임메이커인 폴 오콘과 캐빈 머스캣·브렛 이머튼이 빠진 상태였다. 쉽게 말해 호주는 3명의 주전을 빼고 브라질을 맞았다.

브라질은 전반 내내 여덟 차례의 슈팅을 날렸지만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내내 자신들을 따라 다니던 골 결정력의 문제라는 악몽은 그칠 줄 몰랐다. 브라질은 전반 17분과 25분에 왼쪽날개에서 중앙으로 연결된 찬스를 무산시킨데 이어 23분에는 호주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하몬이 오른발로 감아찼으나 호주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에 수차례의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초조해진 브라질은 후반 들어 총공세에 나섰다.

공격수 줄리오 밥티스타를 투입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밤페타까지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브라질은 상대 진영까지만 삼바축구로 밀고 들어왔을 뿐 그 다음부터는 축구는 없고 삼바만 있었다.

브라질은 후반 19분 하몬의 코너킥을 와싱턴이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포스트를 빗나갔고 그후로 후반 29분까지 무려 6번의 득점찬스를 무산시켰다. 찬스 다음은 위기라는 말이 꼭 들어맞았다.

후반 시작 이후 단 한번의 슈팅에 머물던 호주는 후반 38분 브라질 페널티박스 바깥 1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상대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어냈다. 호주의 라자리니스는 이 프리킥을 오른발로 길게 감아올렸고 브라질 문전으로 날아오던 공은 머피의 머리에 맞고 브라질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브라질 골키퍼 디다는 두 팔을 위로 뻗어 막으려 했지만 공은 디다의 두 팔사이를 그대로 통과했다.

남은 시간은 불과 7분. 브라질은 거친 플레이를 펼치며 추격전에 나섰지만 마음만 조급했을 뿐 결국 찬스를 잡지 못한 채 세계 2위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며 0-1의 패배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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