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아이버슨 '내가 차세대 조던'

중앙일보

입력

옥수수 모양의 독특한 헤어스타일, 온몸을 덮은상형문자같은 문신, 그리고 182㎝의 작은 키.

'작은 거인' 앨런 아이버슨(26.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이 10여년을 끌어왔던'차세대 조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기세다.

'황제'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 불스)의 은퇴 이후 미국프로농구(NBA)의 가장 큰화두였던 조던 후계자 발굴은 최근 아이버슨과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빈스카터(토론토 랩터스) 정도로 압축돼 왔다.

단신에도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아이버슨과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는 브라이언트, 그리고 '득점기계'라고 불릴 정도로 슛에 관한한 조던도 두렵지 않다는 카터. 반면 전문가들은 조던과 같은 슈퍼스타가 되기에는 세 선수가 조던 특유의 카리스마와 상품성이 결여돼 있다고 깎아 내렸고,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한 팬들도 '조던찾기'에 이제는 지쳤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의 눈이 함지박 만큼 커졌다.

7일 열린 NBA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48점을 혼자 터뜨리며 일반의 예상을 깨고 필라델피아의 승리를 이끈 아이버슨의 천재성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세한 전력으로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마저 노리던 LA의 승리를 점쳤기에 아이버슨의 독보적인 활약은 팬들의 뇌리에 또렷이 박혔고 라이벌 브라이언트의 부진과 맞물려 더욱 빛이 났다.

온몸이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해 지칠만도 했지만 장신 선수들 앞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날려대는 모습에는 LA 팬들도 비록 적이지만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잠잠하다가도 승부처만 되면 신들린듯 득점포를 가동, 경기 흐름을 일순간에 바꿔놓는 모습은 전성기의 조던을 그대로 빼다박았다는 평가다.

이쯤 되면 조던을 아끼는 팬들도 이의를 달기 힘들 정도로 아이버슨은 폭발적인 득점력, 강인한 체력과 승부근성, 톡톡 튀는 스타의식 등 슈퍼스타만이 갖는 모든것을 보여줬다.

아이버슨은 이전에도 득점왕에 오르는 등 '최고'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독선적인 성격과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조던의 후계자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래리 브라운 감독의 애정 깃든 지도로 다시 태어난 아이버슨은 올시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 올스타전 MVP 등을 휩쓸며 팀을 창단 이후 최고승률로이끌었고 플레이오프 전에서도 고비마다 구세주 역할을 해 다시 '차세대 조던' 논쟁에 도화선을 댕겼다.

만약 아이버슨이 지금과 같은 활약으로 18년만에 필라델피아를 NBA 정상에 복귀시킨다면 플레이오프 MVP 역시 '떼논 당상'이어서 정규시즌과 올스타전에 이어 3개부문 MVP를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포스트 조던'의 자격으로 그리 미달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전 세계팬들이 아이버슨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토론토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카터가 일찌감치 뒤로 물러난 가운데 조던의 빈 자리에 '무혈입성' 하려는 아이버슨의 시도를 위기에 몰린 브라이언트가 2차전에서 어떻게 막아낼까. 오랜만에 NBA 코트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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