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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30m 강풍으로 경기 중단, 3·4라운드 36홀 몰아서 경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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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호 19면

악명 높은 잉글랜드의 바닷바람이 메이저 골프 대회를 극기훈련장으로 만들었다. 올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은 마지막 날 하루에 두 라운드의 경기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극기훈련 된 브리티시 오픈

대회 운영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16일에 3라운드와 최종 라운드인 4라운드를 모두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하루에 36홀을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선수들은 한 라운드를 마치고 잠시 쉰 뒤 다시 티 박스로 이동해야 한다.

둘째 라운드가 진행되던 14일의 강풍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날 대회가 열린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는 초속 30m의 폭풍이 몰아쳐 1시간11분 만에 경기가 중단됐다. 그린에 올린 공이 강풍에 굴러다닐 정도였다. 더블 보기 이상이 속출했고, 첫 홀에서만 5오버파를 기록한 선수도 있었다. 필드에 있던 리더보드들이 쓰러지기도 했다.

주최 측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이날의 기록을 모두 무효로 처리했다. 오전 조로 나섰던 미셸 위(23)는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 봤다. 나처럼 키 큰 선수는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는 대회를 하루 연장해 17일로 최종 라운드를 치르려 했다. 하지만 이날도 강풍이 분다는 예보가 나오자 16일에 두 라운드를 몰아 치르기로 결정했다. 한 라운드를 줄여 3라운드 경기로 마무리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메이저 대회인 만큼 4라운드 경기를 고수하자는 쪽으로 위원회에서 의견이 모아졌다.
경기 마지막 날 두 라운드를 치른 사례는 드물다. LPGA 투어에선 2004년 맥도날드 챔피언십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당시엔 폭우 때문이었다.
브리티시 여자 오픈은 매년 7월에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런던 올림픽을 피하기 위해 9월로 연기됐다. 영국에서는 통상 7, 8월보다 9월에 바람이 많이 분다. 대회장인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은 잉글랜드 북서부 해안에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강한 곳이다.

최종일 두 라운드 경기를 한꺼번에 치르게 됨에 따라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강한 바람,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턱 높은 벙커가 괴롭히는 코스에서 선수들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체력이 좋은 미국이나 호주 선수들, 험한 조건에서의 경기 경험이 많은 영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1, 2라운드를 각각 1오버파로 마친 최나연(25·SK 텔레콤)은 “36홀 경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같은 조건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람이 많이 잠잠해진 가운데 펼쳐진 15일의 2라운드에서 첫 홀을 이글로 시작한 신지애(24·미래에셋)는 이어 3연속 버디를 잡아 1, 2라운드 합계 6 언더파(한국시간 오후 9시 현재)로 선두로 나섰다. 일본의 미야자토 미카(23)는 버디 4개로 2 언더파(합계 3 언더파)를 기록해 2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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