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는 생활의 질병 성적 취향 터놓고 대화하고 가벼운 스킨십부터 시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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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섹스리스 부부가 전문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섹스가 건강에 도움이 되고 노화를 막는다는 연구는 이미 숱하게 소개됐다. 1980년대 영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매주 2회 이상 섹스를 하는 남성이 매달 1회 섹스를 하는 남성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한 부부의 건강 나이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10년 정도 젊다는 발표도 나왔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경우 통증에 대한 인내력이 75% 정도 증가한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오르가슴 자체가 강력한 진통제인 셈이다. 10분간 성관계에 소모되는 열량은 90㎉로 에어로빅 10분어치(45㎉)의 두 배나 된다. 전문가들이 섹스를 “실내에서 간편히(?) 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유산소운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섹스리스 부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부부가 서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성적 취향 차이는 부부가 성에 대한 생각을 터놓고 얘기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두 사람이 솔직하게 말하기 민망하면 전문 치료자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충고했다.

 성적 다양성을 개발해 권태기를 탈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동우 소장은 “성적 다양성이라고 하면 흔히 대상이나 장소의 다양성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라며 “오히려 체위의 다양성이나 성감대의 다양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찾는 부부에게 자기의 성감대를 물으면 입술·가슴·성기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라며 “애무하는 법과 터치하는 법 등을 꾸준히 교육하고 체위를 가르쳐주면 6개월쯤 뒤엔 ‘온몸이 성감대’라는 답이 부쩍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람들은 성이라고 하면 너무 삽입 행위만 생각하는데, 서로 대화하고 애무하고 어루만지고 입 맞추고 깨물고 쓰다듬는 모든 행위가 성관계”라며 “전희의 다양성, 음경이나 클리토리스·G스폿의 자극 등 성행위를 다양화하려는 진솔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남녀가 서로를 몰라서 생기는 섹스리스도 많다”며 “수유기 여성은 질액이 나오지 않아 성교통이 잦고, 가슴을 만지면 젖이 나와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럴 때 남편이 성관계를 강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부부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의 몸매나 외모, 성기 크기에 대한 집착도 내려놔야 한다”고 말한다. 강동우 소장은 킨제이 성연구소에 있을 때 직접 겪었던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한 부인이 사고로 사지가 절단된 남편을 데려와서는 ‘우리 부부가 예전처럼 성관계를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부인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힘드시겠다’고 위로를 건넸더니 남편은 ‘무슨 말이냐. 난 아내가 예전처럼 나와 성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고 하더라고요. 저런 게 진짜 부부 관계라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죠. 그 이후로 부인이 살쪄서 섹스하기 싫다거나 예전같지 않아 싫다고 말하는 한국의 남편들이나, 남편의 성기가 너무 작다며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아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부부에게 성생활은 애정과 신체 건강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다. 전문가들은 “섹스리스도 생활 질병”이라며 “섹스가 부부간 인간 관계와 친밀감의 상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작은 스킨십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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