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한국축구 '젊은 피' 3인방

중앙일보

입력

컨페더레이션스컵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스물두살 동갑내기 설기현 · 송종국과 스무살 박지성의 활약은 눈부셨다.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기로 뜨겁던 1998년. 팬들과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월드컵 대표 못지않게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선수들도 비지땀을 흘렸다. 79년생 젊은 사자 23명은 다음해로 다가온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패기가 넘쳤다.

고만고만하던 동료들 사이를 치고나간 이동국이 최고 스타로 성장하며 월드컵 대표에 선발됐다. 동갑내기 라이벌 이동국의 성장에 설기현과 송종국은 자극을 받았다.

활달한 성격의 설기현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동국이보다 더 잘한다" 고 당당하게 자신감을 표시했다. 내성적이지만 자존심이 강한 송종국은 국가대표 경기에서 맹활약하는 이동국의 모습을 녹화해 두고 두고 씹어보며 묵묵히 훈련을 했다.

설기현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할 당시 국내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유럽 진출을 시도하는 모험 끝에 유럽 수비수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 구토 증세로 몸 상태가 최악이었던 멕시코전에도 교체 멤버로 출장할 만큼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송종국은 홍명보의 대를 이을 최고의 수비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공이 있는 곳엔 항상 송선수가 나타난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들이 태릉에서 훈련하던 중 "축구 선수가 무슨 웨이트 훈련이냐" 며 대부분 웨이트 훈련을 기피했어도 유독 송선수만은 성실하게 훈련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박지성이라는 보물을 얻었다" 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말할 만큼 박지성의 기량은 출중하게 발전했다. 세 경기에서 단 1분도 쉬지 않고 전 경기를 출장했을 뿐만 아니라 포메이션에 상관없이 전천후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99년 명지대 1년생일 때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지칠줄 모르는 체력에 감탄한 허정무 당시 감독에게 발탁되기 전까지 철저한 무명으로 지냈기에 그의 성장은 눈부시다. 박선수는 "조만간 유럽에 진출, 국제무대에 손색이 없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는 포부다.

황선홍과 홍명보가 20대 초반 국가대표에 발탁돼 10년간 대표를 지켰듯 이들도 앞으로 10년간 한국 축구의 발전을 리드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