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우봉고’ 대회 우승한 김은지양

중앙일보

입력

김은지양이 아그리콜라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지난 7월 보드게임 ‘우봉고’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5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보드게임 매니어뿐 아니라 전국의 수학 영재들이 모여 열띤 경쟁을 펼쳤다. 우승은 김은지(광주광역시 화개초 4)양에게 돌아갔다. 김양과 엄마 김미영(40)씨를 보드게임 전문매장 다이브다이스샵 대학로점에서 만나 보드게임과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봉고’는 여러 가지 모양의 폴리오미노(정사각형 여러 개가 이어져 만들어진 도형) 퍼즐 조각으로 퍼즐 판의 빈칸을 채우는 게임이다. 제한 시간 안에 퍼즐 판을 다 맞추면 “우봉고”를 외치고 손을 머리에 얹는다. 퍼즐 판을 먼저 채운 사람부터 보석을 2개씩 가져가며, 9개의 퍼즐 판을 모두 채운 후 같은 색깔보석을 가장 많이 모은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퍼즐을 빨리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색깔 보석을 모으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우봉고는 도형의 옮기기·돌리기·뒤집기처럼 초등 수학 교과와 연계된 게임이다. 공간 지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김양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한국 멘사올림피아드와 수리과학 창의력 대회에서 각 3위와 1위를 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각종 보드게임 대회에서 1~2위를 휩쓸어 이번에 열린 제3회 우봉고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우봉고 비결을 묻자 “한 조각을 놓게 되면 나머지 조각들이 머리에 자연스레 그려진다”고 비법을 전했다.

김씨는 “은지가 어렸을 때부터 우봉고 퍼즐 조각을 맞추며 놀다 보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은지보다 더 빨리 퍼즐을 맞추는 아이들도 있지만, 은지는 같은 색깔 보석을 모으는 전략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공부하다가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보드게임을 하며 머리를 식힌단다. “우봉고 같은 게임을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씨는 보드게임 예찬론자다. 아이들 교육에 보드게임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보드게임을 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은지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줄곧 혼자 공부를해 왔다”며 “어렸을 때 부터 집에서 보드게임을 함께했는데, 그 과정에서 입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키워진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보드게임을 하면 인성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게임을 하면서 가족 또는 또래끼리 자연스레 많은 대화를 하고 유대관계도 돈독해 진다는 것이다. 김양 역시 “여러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서 보드게임이 좋다”라고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묻자 김양은 “1~2학년 때에는 인생게임이나 할리갈리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머리를 많이 쓰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임이 좋아요”라며 ‘아그리콜라’를 꼽았다. 아그리콜라는 흑사병이 휩쓸고 간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농장을 꾸미고 발전시켜나가는 게임이다. 2008년 출시된 이래 전략게임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5명이 함께할 경우 2시간 이상 걸린다. 김 양은 “아그리콜라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하지만, 그 시간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 문의=코리아보드게임즈 031-965-7455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사진="코리아보드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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