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 안 대주면 분리독립” 카탈루냐 150만 명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국경일을 맞아 대규모 독립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카탈루냐, 새로운 유럽 국가’란 구호를 외치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앙정부로부터 재정 독립을 촉구했다. 일부는 완전 독립을 주장했다. 카탈루냐는 북동부에 위치한 자치 구역이다. [바르셀로나 로이터=뉴시스]

“재정 협상 실패하면 남은 길은 독립 뿐이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주지사)이 스페인 중앙정부에 엄포를 놓았다.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부자동네다. 그런 카탈루냐가 날로 악화되는 지방 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시내는 카탈루냐의 상징인 노란색과 빨간색 줄무늬 깃발로 뒤덮였다. 영국 BBC는 이날 150만 명이 시위에 참가해 카탈루냐기를 흔들며 분리 독립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통상 5만 명 정도가 모여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북동부 카탈루냐는 1714년 9월 11일 중부 카스티야에 항복한 이후 이날을 국경일로 기념해왔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원하는 것은 중앙정부에 요청한 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지난 7월 지방 재정 구제를 위해 180억 유로 규모의 기금 설립을 발표한 이후 지방정부의 SOS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발렌시아(45억 유로)와 무르시아(3억 유로) 지방정부가 일찌감치 손을 내민 데 이어 3일 최다 인구의 안달루시아까지 부채 상환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10억 유로를 요청했다. 네개 주의 신청액만 전체 기금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카탈루냐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방정부 세수 인상을 넘어 재정 독립을 외쳤다. 이 지역은 연간 GDP의 8~9%에 해당하는 170억 유로를 중앙정부에 납부해 가난한 다른 지방정부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폭락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세수가 부족해지자 정부 납입금을 맞추기 위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카탈루냐의 채무액은 지방 총생산 대비 21%에 달한다. 발렌시아(20%) 등 다른 지방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국 평균 실업률이 25%를 웃도는 가운데 안달루시아는 33.9%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지방정부의 독립 요구는 한층 거세졌다. 카탈루냐의 경우 2010년 25.2%에 불과했던 독립 지지 비율은 2년 만에 51.1%로 두 배가량 뛰었다. 20일 양측의 면담이 예정돼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라호이 총리는 그동안 그리스처럼 금융시장에서 고립될 가능성을 우려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 요구를 거부해 왔으나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경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