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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 일자리 찾는 베이비부머 4000명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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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2일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에서 열린 ‘2012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박람회에는 142개 업체, 4000여 명의 구직자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우리 나이쯤 되면 젊은 사람들과 달리 연봉이 중요하지 않아요. 내 삶의 새로운 인연을 찾으러 온 거죠, 배우자 찾듯이.” 12일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 전시회장 2홀. 금융업체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러 왔다는 조하식(56)씨는 한화의 협력업체인 한 방산업체와 채용면접을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고용노동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노사발전센터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2012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대기업 협력업체 100곳과 중소기업 42곳이 참가했다. 주최측은 박람회를 통해 총 1190명이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직자들은 박람회에서 1차 면접을 한 뒤 업체의 개별연락을 통해 2차 면접을 보고 채용이 최종 결정된다.

이날 박람회엔 베이비부머 세대 구직자 4000여 명이 몰렸다. 박람회 시작은 오전 10시였으나 한 시간 전인 9시부터 행사장 입구에 구직자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경련 홈페이지에 사전등록한 참가자만 1800명에 달했다. 상당수는 현 직장에서 이직을 준비하거나 조씨처럼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장년층 남성이었다. 1955∼63년생 베이비부머가 대부분이다. 체력과 능력이 충분해 10∼20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지만 원하는 곳이 많지 않은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절박했다. 상당수는 사전에 관심있는 업체들의 채용정보를 미리 출력해 면접대기 라인에 서서 마지막 점검에 한창이었다. 이력서를 5장 이상 미리 준비해오는 건 기본이었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회계 업무를 20년 넘게 했다는 김기혁(51)씨는 “나이가 있는 만큼 경력을 살리면서도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의 소규모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희망을 밝혔다. KT의 협력업체이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회사인 에프알텍의 유승철 기획경영본부장은 “생각보다 경력이 우수하고 열정 넘치는 중장년층 인재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 회사도 당초 5명으로 예정했던 채용인원을 1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박람회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2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후원 중앙일보)’가 12일 경기도 일산킨텍스에서 열렸다. 대기업 협력사 100곳과 중소기업 42개사가 참가해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박람회장을 찾은 중년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면접에서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이직 사유’였다. 중장년층의 채용 면접인만큼 오래 몸담았던 이전 직장의 어떤 부분이 자신과 맞지 않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서로에게 꼭 맞는 채용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기아차의 협력사이자 자동차 전장부품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의 남진현 인사총무실 대리는 “이전 직장에서의 경력과 이직사유를 서로 터놓고 이야기한 뒤 우리 회사의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획ㆍ회계ㆍ관리 등 사무직 지원은 많았던 반면 전문기술을 갖춘 기술인력은 다소 부족했다. 포스코에 고로 관리 및 계측 시스템을 제공하는 우진일렉트로나이트의 황선춘 생산팀장은 “계측기술 전문인력을 모집하는 중인데 그런 기술을 갖춘 구직자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각종 채용 지원을 제공하는 부스들이 인기를 끌었다. 박람회장 가운데에 마련된 직업훈련체험관의 제과제빵ㆍ소믈리에ㆍ바리스타 부스에는 기술을 배우려는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50명씩 몰리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직업적성검사’ 부스에서는 중장년층용으로 특별히 개발된 직업적성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결과치는 분석 뒤 집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곳곳에 이력서와 면접, 경력 컨설팅을 해주는 부스가 마련됐다. 취업전문 컨설턴트들이 5분 정도 1대1 개별면담을 무료로 해줬다.

고양=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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