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 사건 등 과거사 4건 국정원 조사 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과 관련해 부일장학회 사건, 김대중 납치 사건, 김형욱 실종 사건, 동백림 사건 등 4건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면담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 진행상황을 보고했다고 17일 한 관계자가 전했다. 기록 검토를 마치고 관련자에 대한 직접 접촉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진척이 있다는 의미다.

◆ "관련자 진실고백 위해 노력 중"=국정원의 과거사 규명 작업은 지난해 11월 발족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위원회'(위원장 오충일)를 통해 이뤄져 왔다. 오 위원장이 동백림 사건 등 일부 사건의 조사 진척 여부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조사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정원의 비공개 국회 보고에 따르면 위원회는 최근까지 매주 1회씩, 24차례 정례 회의를 열었다. 민간 위원 10명과 국정원 인사 5명이 함께 조사 내용을 검토하고 추가 조사 방향을 잡았다. 조사는 국정원 내부 자료와 국방부.검찰.경찰.국가기록원 등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기초로 진행됐고 이 중 4개 사건은 관련자 면담 조사까지 진척됐다. 위원회는 또 4개 사건 외에 KAL 858기 폭파사건, 인혁당 사건, 남한 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포함한 7건의 우선 조사대상에 대해선 사건별로 별도의 소모임을 구성했다. 사건마다 민간 측 10명, 국정원 측 10명의 조사관이 배치돼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정원은 "사건 관련자들의 진실고백을 듣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 "하반기는 과거사 정국"=위원회는 사건마다 성격이 달라 조사 종료 시점이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올해 안에 7대 사건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국정원.군.경찰 등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정치권이 과거사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4대 사건은 이미 상당 부분 사실관계가 확인됐으며 일부 사건은 다른 국가와의 외교적 문제를 고려 중인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해찬 총리가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의 재산 환원을 언급하고, 김형욱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조사 진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