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삼솜, 네덜란드 차기 총리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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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자연과학 전공자가 공익을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정치판을 뒤흔드는 인물로 떠오른다. 그는 앞서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의사 아들로서 참신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지금 ‘정권 창출’을 바라보고 있다.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얘기가 아니다. 디데릭 삼솜(Diederik Samsom·41) 네덜란드 노동당 당수에 대한 설명이다.

 삼솜 당수는 40% 중반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안 원장과 비슷한 수치다. 그는 마르크 뷔테(45) 네덜란드 총리를 포함한 다른 정치인들을 대중적 인기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이 나라 총선에서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고 군소정당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선거 결과는 아직 예측 불허다. 노동당은 현재의 다수당인 뷔테 총리의 자민당과 최다 의석 확보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제1 야당인 삼솜의 노동당은 지난 4월 우파 연립정부가 긴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붕괴했을 때 이번 총선에서 무난히 정권을 빼앗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으로 집권 세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복지 예산 축소를 반대해온 중도좌파 노동당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선거 국면에 돌입하자 노동당보다 훨씬 ‘선명한’ 좌파인 사회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당은 부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유럽연합(EU)의 회원국 구제에 필요한 자금을 늘리는 협약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으로 경제 상황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8월 중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회당은 자민당과 노동당을 모두 누르고 1당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다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TV토론에서 삼솜 당수의 진가가 발휘되며 전세가 뒤집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삼솜은 겸손하면서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에밀레 뢰머 사회당 당수는 경박스럽고 좌충우돌하는 인상으로 토론을 거듭할수록 표를 잃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선 사회당이 자민당과 노동당 뒤로 한참 밀렸다.

 삼솜 당수의 힘은 대중적 인기에서 나온다.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환경운동가로 일해온 그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을 운영하다 10년 전 정계로 뛰어들었다. 그 뒤 TV 퀴즈쇼에 등장해 여러 차례 우승을 하고 전국 IQ대회에도 출전해 두 차례 1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당권에 도전해 대표가 됐다. 똑똑하면서도 개인적 야심이 아닌 공익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이미지가 유권자들 사이에 각인돼 있다. 현지 언론 들은 삼솜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 층이 얼마나 많이 선거에 참여하느냐가 12일 총선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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