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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고] 군, 감염병 예방 적극 대처 눈여겨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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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근 미국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큰 피해를 보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1221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최소 43명이 사망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80%는 뚜렷한 증상이 없고, 일부는 독감증상을 보이다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1%는 뇌막염·뇌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해 뇌와 척수에 압력이 생겨 신경기능을 잃는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살아남아도 길고 고통스러운 재활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대유행이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일 수만은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 사례는 지난해 394명으로, 2009년 대비 135.8%의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감염병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다. 과거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근)나 신종 인플루엔자의 세계적 유행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염병은 발병 예상이 어렵고 사후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사전 예방을 위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병은 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발생한다. 특히 기숙사·군대와 같이 전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모여 밀집생활을 하는 공간은 사전 예방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군의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눈여겨 볼 만하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2012-2016 군의료체계 개선계획’을 발표해 의료인력 확보 등에 5년간 약 4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예방백신 접종의 확충이다. 지난해 97억원이던 예산을 214억원으로 늘렸다.

 일부 장병에게만 접종하던 유행성이하선염·인플루엔자·파상풍 등 백신이 모든 장병에게 적용된다. 또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을 신규 도입한다고 밝혔다.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달리 세균성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24~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초기에 열·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이 흔하지 않지만 사망률이 10-14%에 이른다. 생존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뇌손상·피부괴사·청력상실 등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후유증을 겪는다. 특히 겨울철 건기에 질환 발생이 증가하는 만큼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 입대를 앞두고 있는 신병들은 더욱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관련 의료계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군의 적극적인 대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감염병으로 죽는 사람은 연간 1300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예방접종·방역시스템·대국민교육 등 다각적이고 적절한 사전예방책을 구축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실행 또한 차질 없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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