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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고단한 남자들 서재로 숨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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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조우석 지음, 중앙m&b
272쪽, 1만3800원

서재는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어떤 이의 뇌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기도 하고, 어떤 이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그 ‘자기만의 방’을 공개한 12명의 폼 나는 중년 남성들이 있다.

서울 청담동의 고급빌라에 살고 있는 조영남의 서재는 33㎡(10평)가 조금 넘는 공간에 세면이 온통 책장으로 둘러져 있다. 장서 규모가 5000여 권에 이른다. 1960년대 후반 책부터 최근 신간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꽂혀있다. [사진 중앙m&b]
광고인 박웅현의 서재에는 인문서적과 고전이 즐비하다. 그는 “광고는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진 중앙m&b]

 광고인 박웅현, 가수 조영남,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전 국회의원 홍정욱, PD 송창의, 배우 차인표, 만화가 이원복 등 이 시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중년 남성들이다. 30년 동안 신문사 기자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온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지난 2년 간 잡지 ‘여성중앙’에 연재한 ‘행복한 나의 서재’를 보강해 책으로 묶었다.

 기본은 책과 서재 이야기다. 각기 취향에 맞게 꾸며놓은 서재를 통해 인터뷰이를 깊게 들여다본다. 예컨대, 동료 교수와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최재천의 서재에서는 통섭(統攝)을 추구하는 그의 공부 방식을 엿볼 수 있고, 늦깎이 작가를 꿈꾸는 차인표의 다락방 서재에서는 문학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우아하게 책과 교양을 논하던 대화는 어느새 인생 이야기로 확장된다. 과거 궁핍한 시대의 삶과 사랑부터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사는 일의 고단함까지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자는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보다 ‘나다움’을 먼저 고민하고 자기 행복을 실현할 구체적인 몸짓, 즉 ‘딴짓’에 능하다고 평했다.

 인터뷰이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구어에 가깝게 기술했다. 이들이 서재에서 밤 새워 읽었을 ‘내 인생의 책’ 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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