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차 협상에 지켜야 할 원칙

중앙일보

입력

미국 GM이 어제 대우자동차 인수제안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우차 매각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GM은 몇군데 돈 되는 사업장만 선별 인수한 후 공장 운용에 약 1조원을 쓰고, 금융권 부채는 대부분 탕감받는 대신 새 법인의 지분 일부를 우리측에 주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한때 대우차의 주요 주주로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다 우리의 협상카드와 약점이 대부분 노출된터라 우리에겐 불리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부 유출 시비 등을 감안할 때 우리측 협상팀은 더욱 운신의 폭이 좁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채권단에 권한다. 무엇보다 협상의 우선 순위는 국익과 장기적 국가경쟁력에 둬야 한다.

헐값 매각 비난을 피하려고 겉으로는 좋은 조건을 얻어낸 척하면서 뒤로는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편법을 써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국민정서 또는 정치적 고려에 지나치게 얽매여 협상 결과를 왜곡시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특히 부평 공장은 인천 경제와 남동공단 부품업체, 그리고 7천여 근로자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최대한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자칫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일방적이고 과도한 양보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과 경제장관들의 입조심도 당부한다. 1년 전 한 경제장관이 앞질러 말을 하는 바람에 손해만 보고 협상도 망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GM 역시 동북아 전진기지로서의 한국의 중요성과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인식, GM도 살고 한국 경제도 함께 사는 윈 - 윈 전략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상은 결과에 따라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조건이면 독자회생이 낫지 않으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적 추가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해외 매각이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감안, 국민과 근로자들도 조속한 합의에 이르도록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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