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IBM 직원들 72시간 '사이버토론'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 IBM 직원들(IBMer) 이여, 21일 인트라넷에 접속하라. "

72시간 마라톤 회의에 참가 인원 5만2천6백명, 제기된 안건만 6천여건.

IBM은 지난주 풍성한 진기록들을 생산해내며 초대형 사이버 회의 ''월드잼(Worldjam) '' 을 열었다. 인트라넷(사내 식구들만 참석할 수 있는 인터넷) 의 힘을 빌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직원들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었다.

루이스 거스너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아무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 '' 또한 관심거리였다. 일부에서는 월드잼을 재계의 ''우드스톡'' (1969년 열린 미국의 록페스티벌)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회의는 지난 21일 정오(미국 동부시간 기준) 부터 24일 정오까지 사흘간 계속됐다. 32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IBM 직원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IBM의 조경희 부장은 "이쪽은 굿모닝하는데 저쪽에서는 굿이브닝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시간대와 장소는 달라도 수시로 올라온 의견에 즉석에서 찬반투표가 부쳐지는 등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인터넷의 무한한 힘을 느끼게 했다" 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재택근무.고객회사 파견근무 등으로 전직원의 25%가 본사와 직접 접촉하는 횟수가 적은 IBM으로서는 직원 사이의 원활한 의사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이었다. 그래서 "IBM이 I'' m By Myself(나는 혼자) 의 약자로 쓰이지 않도록 하자" 는 재미있는 주제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관심있는 주제를 찾아 들어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띄웠다. 한 직원은 매년 IBM 내에서 취업박람회를 열자는 제안을 했다.

현재 맡은 업무와 능력있는 분야는 다를 수 있으니 상관 눈치보지 말고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주자는 것이었는데 반향이 컸다.

거스너 회장은 "월드잼이 일상 업무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패작에 불과하다" 며 "이번 회의가 지식 경영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많은 도움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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