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작가 신봉승씨 역사소설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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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쟁(黨爭) 으로 나라가 망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망해야합니다. 패거리를 지어 상대를 모함하고 헐뜯는 행태는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훨씬 유치하고 천박하지 않습니까. 조선시대의 당쟁은 일제의 식민사관처럼 맹목적인 패거리 싸움이 아니었지요. 예학(禮學) 을 숭상하여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논란이었습니다. 이런 논란이 정적 제거의 빌미가 됐다면 그것은 당쟁이 아니라 정쟁(政爭) 으로 불려야 마땅합니다. "

우리의 역사물을 대표하는 사극작가 신봉승(辛奉承.68.사진) 씨가 역사소설 『조선의 정쟁』(동방미디어.전5권.각권 8천원) 을 내놓았다.

1971년 TBC 방송에 『사모곡』으로 역사물에 발을 들여놓은 신씨는 『조선왕조5백년』.『한명회』.『왕건』 등 역사소설 7종을 비롯, 역사물만 1백3권째를 기록하며 TV와 책을 통해 역사의 대중화에 쉼없이 기여하고 있다.

『조선의 정쟁』은 조선 중종조부터 정조조까지 3백여년 간의 '정쟁' 을 사실(史實) 에 충실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여인천하' 를 구가했던 중종조의 문정왕후와 서녀 출신 정난정의 야합으로부터, 사도세자의 비운을 딛고 세손 정조가 등극하도록한 '홍국영' 에 이르기까지, 오늘 안방 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TV 사극의 진실이 이 작품에 들어있는 것이다.

3백년의 정쟁사를 5권에 압축하기 위해 TV 드라마 같이 빠른 장면 전환이 극적 긴장감을 주며 읽을 맛을 더해준다.

"관찬(官撰) , 곧 나라에서 펴낸 역사가 정사(正史) 이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야사(野史) 입니다. 사실에 엄격한 정사보다는 야사가 물론 흥미로와 요즘 역사물들이 그런 야사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역사물도 그것이 소설이고 극인 이상 꾸민 이야기지요. 그러나 재미 있게 꾸미되 사실과 달라서는 안됩니다. "

신씨의 집필실에는 조선시대의 정사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가 서가 가득히 꽃혀 있어 아무리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사실의 참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 TV 사극이 비록 나레이션 등으로 사실을 전하고 있지만 극적 전개에 있어 흥미 위주로 인물과 사건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한다.

"나라가 불안할 때 역사물이 많이 읽힌다는 것을 내 30년 경험으로 체득했습니다. 경제 잘 풀리고 시국이 안정되면 앞날의 희망 짜기에 분주할텐데 누가 역사물을 보겠습니까. 왕조시대같이 '성은(聖恩) ' 운운의 충성맹세를 하다 이틀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기막힌 시대이니 지금 안방과 서점을 역사물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럴때 일수록 작가들은 역사의 허황된 꿈이나 망령으로 민심을 더욱 어지럽히지 말고 역사의 진실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

이번 작품을 끝내고도 쉴 틈없이 신씨는 하루 9시간씩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자신의 역사물을 즐겨 본 국민들에 대한 보답으로 '국민에게 바치는 소설' 이란 부제를 단 작품 집필에 들어간 것이다. 19세기말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일본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비교해 다룬 작품으로 오늘 우리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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