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고호성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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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자유도시 구상은 중앙 정부의 지방정책 부재를 상징하고 있다.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논리다. 정보.권한.재정이 여전히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은 중앙 정부의 행정과 재정지원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닌가.

정치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정부의 진지한 지방정책이 없으면 개방경제시대에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이 살아날 수 없다.

개방경제시대인 지금 제주 국제자유도시 구상은 동북아시장, 특히 중국이 시장 문을 걸어 잠갔던 때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런데도 국제자유도시 구상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99년 초 정부가 제주도의 구상을 승인한 이래 12억원짜리 용역보고서가 나왔고, 건교부 국제자유도시 추진지원단과 민주당 정책기획단이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기본방향마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백년 앞을 내다보면서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나가겠다는 식으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1백년이라는 세월은 역사학적 수준의 시간일 수는 있어도 정책학적 수준의 시간일 수는 없다.

정부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가려 말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심지어 제주가 부산.인천을 제치고 동북아 물류중심이 되고 서울보다 더 큰 동북아 금융타운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추기는 정치적 태도는 실현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제주도민이 요구하는 핵심은 제주가 지닌 장점을 살리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관광의 교두보이자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실마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성패는 관광의 국제화, 농업.해양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 '어떻게 제주의 특성을 극대화할 것인가' 에 달려 있다.

제주대 고호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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