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는 고객의 취향·추억까지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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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향 스코틀랜드의 전통 체크무늬로 트렁크를 만들어 달라’는 둥 ‘내 숲에 있는 나무로 인테리어를 해 달라’는 둥 온갖 주문이 들어옵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런 요구 하나하나를 전부 반영해 차를 만듭니다.”

 한국 시장을 둘러보러 방한한 영국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의 토르스텐 뮐러-오트비스(52·사진) 최고경영자(CEO). 그는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동을 전했기에 요즘 같은 경기 침체에도 롤스로이스는 쑥쑥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538대를 판매해 2010년(2711대)보다 판매량이 31% 늘었다.

 뮐러-오트비스가 소개한 롤스로이스의 철학은 ‘고객이 원하면 뭐든 한다’는 것. 영국 남부 굿우드에 있는 공장에서 고객 주문에 맞춰 장인들이 전 과정 수작업으로 만든다.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그리움, 기억 등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릴 때 타던 장난감 자동차를 차 안에 넣어달라” “(전직 운동선수가)내 등번호를 넣어달라” 등 주문은 각양각색이다. 맞춤제작 서비스팀 60명이 차 안에 놓을 피크닉 바구니와 와인잔 세트까지 직접 만든다. 차 한 대를 완성하는 데 4개월에서 길게는 7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또 하나의 철학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최상의 품질’이라는 것. 뮐러-오트비스는 “1904년 설립 이후 제작된 모든 자동차의 약 75%가 아직도 길 위를 달리고 있다”며 “품질 제일주의 철학이 제품에 그대로 배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내놓은 신모델 ‘고스트’ 역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팬텀’ 모델보다 차체를 줄이고, 스타일을 젊게 바꿔 자가 운전자를 겨냥해 내놓은 신상품이다. 가격을 절반으로 떨어뜨려 고객층을 넓힐 수 있었다. 팬텀은 기본 가격이 약 7억원대부터 시작하고, 고스트는 4억원 안팎이다. 전체 매출에서 고스트 모델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최고 명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두 모델의 차별화에 성공하면 시너지가 생긴다”고 답했다. 롤스로이스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스트 덕분에 새로운 고객들이 롤스로이스 매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스트를 사러 왔다가 팬텀을 사는 경우도 있고, 팬텀 오너가 스스로 운전하려고 고스트를 하나 더 사기도 하지요.”

 뮐러-오트비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 BMW그룹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22년 만인 2010년 롤스로이스 CEO에 올랐다. “말을 시작하기 전 자동차 브랜드를 먼저 읊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고 한다. 2000년 BMW 미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재출시해 ‘럭셔리 소형차’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롤스로이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성장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 세계 시장이 31% 성장할 때 이 지역 판매는 47% 증가했다. 한국 시장 성장률도 두 자릿수다. 롤스로이스 CEO가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터뷰 후 국내 딜러를 맡고 있는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을 만나 한국 내 투자 확대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약 18시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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