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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 축구단’ 송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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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호대와 관동대의 2011년 1·2학년 통합대회 8강전 경기 장면. [사진 대학축구연맹]

공포의 외인구단-. 버림 받은 선수들이 지옥훈련을 통해 기적을 쓴다는 스토리의 야구 만화다. 그와 비슷한 스토리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대학축구로 무대가 옮겨졌고, 주인공이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송호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2009년 축구부를 만든 송호대는 2년제 전문대학이다. 4년제 대학교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돌고 돌아 마지막에 선택하는 곳이다. 직접 창단을 추진한 하성준 감독은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고교 시절 기회를 잡지 못해 축구를 포기하려고 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우리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처음 창단했을 때는 축구의 기본인 리프팅(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계속 컨트롤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박종환 전 감독의 제자인 하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조련했다. 하루 네 차례(새벽 1시간, 아침 2시간, 오후 2시간, 저녁 1시간) 훈련은 기본이었다. 주장 박태원은 “새벽에는 주로 체력 훈련을 한다. 축구장의 네 꼭짓점에 콘을 놓고 제한된 시간 안에 뛰어야 한다”며 “하기 싫고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여기서 더 물러설 곳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지옥훈련이 효과를 봤다. 처음으로 나갔던 2009년 추계 1, 2학년 대회에서 8강에 오른 이후 이듬해엔 같은 대회 4강에 오르며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명문대가 모두 나오는 2010년 추계연맹전에서도 8강에 올랐다. 1, 2학년만 있는 송호대가 4학년이 주축이 된 팀들 사이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

 창단 3년차이던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1년 통합대회로 치러진 1, 2학년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잠깐 몰아친 돌풍이 아니었다. 올해도 송호대는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끝난 추계 1, 2학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결승에서 한양대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지만 송호대 선수들은 끝까지 지치지 않는 투지로 한양대를 몰아쳤다.

 송호대의 경기를 지켜본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은 “선수들이 지치지 않는다. 전반이나 후반이나 똑같이 죽어라 하고 뛴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승팀 한양대 신현호 감독도 “말도 마라. 정말 힘든 경기였다”며 칭찬했다. “지금까지 졸업한 선수들이 모두 4년제인 홍익대와 한남대·상지대 등으로 편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하 감독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양구=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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