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스타일' 대박나자 4만원대 YG 주가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국내 가수론 처음으로 미국 아이튠스 ‘톱100’ 음원차트 진입(현재 40위), 미국 빌보드 ‘소셜 50’ 차트 1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조회수 최단기간(국내 가수 중) 1억 뷰 돌파, 세계적 수퍼스타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매니지먼트 계약, 유니버설 뮤직 산하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전 세계(한·일 제외) 음반 유통 계약 체결…. 여기에다 팝가수 케이티 페리 에 이어 영화배우 톰 크루즈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로 말춤에 빠졌음을 고백….

 불과 한 달여 만에 자타 공인 ‘내수용’ 가수였던 싸이(본명 박재상·35,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게 벌어진 ‘글로벌한 이벤트’다. 싸이의 중독성 강한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자, 증시에 상장된 3대 연예기획사 가운에 유일하게 서울 강남이 아닌 곳에 사옥을 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YG는 ‘강남스타일’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7월 15일 뮤직비디오 공개 전 4만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5일 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비중도 같은 기간 배 가까이 늘었다. 이전엔 ‘뛰는’ 주식이었다면 ‘뭘 좀 아는 놈’ 싸이의 등장 이후에 ‘나는’ 주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진흥국 현대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싸이 열풍은 K팝 품질이 대중문화 선진시장인 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고 말했다.

동방신기

 YG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등 최근 엔터주의 동반 급등은 이런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진 애널리스트는 “제품이 다양해지고 품질도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홍보활동 없이 유튜브나 SNS를 통한 해외 진출이 쉬워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싸이의 성공이 제2, 제3의 싸이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게 K팝 시장을 기반으로 한 엔터주 성장과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모두가 다 이렇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건 아니다. 싸이 열풍은 대중문화 테두리 안에서는 대단한 현상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거품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빅뱅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는 “너무 흥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조회수가 1억 건이 넘었다지만 이건 클릭당 광고료가 미미하기 때문에 크게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공연과 음원 수익뿐인데 이게 가능한 시장은 현재로선 일본뿐”이라고 말했다. 또 “(싸이의 미국 시장 진출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가수가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장기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고 음원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 상황만 보면 YG가 아니라 싸이 개인만 돈을 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기를 발판으로 한 기업광고 수입 등은 회사보다는 개인이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M과 YG의 올해(추정) 해외매출 비중은 각각 71.2%와 40.4%를 차지한다. 최 이사 말대로 대부분 공연과 음원 수입이다. 따라서 향후 성장성도 소속 가수가 해외에서 얼마나 더 돈을 벌어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싸이 열풍을 높게 평가하는 쪽에서는 싸이가 지금까지 아이돌 가수도 열지 못했던 미국 시장 문을 열었다고 보는 것이고, 반대 쪽에선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두 회사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많이 올랐다”면서도 싸이의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유튜브 클릭수로 인한 수익은 클릭당 1원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과거엔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도 이루기 어려웠던 홍보효과를 비록 적은 돈이지만 오히려 받으면서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엔터주 성장성에 대해 국내 증권사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외국인은 국내 엔터주에 대한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초 YG의 외국인 비중은 3.0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39%까지 늘었다. 엔터주 선두주자 SM도 올 초 8.18%에서 18.19%로 증가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현재 실적은 좋은 편이라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SM과 YG는 코스닥 시장 상위권이다. 영업이익도 매년 급증하며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권윤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엔터 산업은 성장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해외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의 보급이 늘면서 음원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엔터주 전망은 좋다”고 말했다.

 2009년 1000원대이던 SM 주가가 5만원대로 50배 오르고, 3만9000원에 상장한 YG 주가가 6만원을 넘어서는 등 수치상으로 엔터주는 명실상부한 코스닥의 ‘대세주’로 떠올랐다. 이런 수치뿐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느끼는 엔터주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피델리티 한국주식운용 김태우 전무는 “아무도 엔터주에 관심 없던 2004년 SM에 처음 탐방을 갔었다”며 “그러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탓에 결국 펀드에 담지 않아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엔터주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