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 앞둔 종목 웃돈거래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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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감시가 강화되면서 시세조종이 어려워지자 이른바 `작전 세력'들이 코스닥 발행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어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둔 벤처기업들의 대주주가 내놓은 차명 지분 등이 중간 브로커들을 통해 수배의 웃돈 거래가 이뤄지는 등 탈법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인력부족과 적발의 어려움 등으로 `손'을 못쓰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고 코스닥 공모주 청약열기가 후끈거리기 시작하자 증권업계 브로커들 사이에서 등록예정기업 주식 매매가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브로커는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공모가가 2천원 정도로 결정된 모 업체의 주식 20만주를 주당 4천원씩 모두 8억원을 받고 `큰손'에 팔아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물량은 보통 대주주가 지분분산요건 충족이나 보호예수 규정 적용을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분산해 놓은 지분으로 공모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브로커들에게 넘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스닥 등록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컴퓨터 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 주식은 액면가 500원의 100배인 5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이달들어 등록심사를 통과한 I사와 S사 등 몇몇 업체들 주식이 대규모로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매매를 개시한 N사의 경우 몇개월 전부터 시세조종 준비설이나돌아 관계자들이 검찰의 내사까지 받았다.

모증권사 기업금융팀 담당 임원은 "등록 주간사 업무를 유치하기 위해 장외 벤처기업가들과 접촉하게 되면 보통 차명계좌 개설을 권유하며 등록을 전후해서는 위장분산지분 매각을 대행해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등록예정기업의 주식 유통물량이 적을 경우 세력들끼리 사전에 물량을 배분한 다음 매매 개시일 당일부터 상한가에 대규모 매수 주문을 쌓는 방식으로 주가를 공모가의 4배 정도까지 끌어올리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99년 신규등록종목들이 연일 상한가 행진을 할 당시등록예정기업 주식을 사들여 억만장자가 된 브로커들이 많았다"면서 "요즘 또 다시`제2의 진승현'을 꿈꾸는 브로커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혁 금융감독위원회 법률자문관은 "대주주 차명계좌 개설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며 브로커들의 매매차익은 탈세에 해당되고 등록 이후 주가조작까지 겹치면 중대 범죄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는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주가조작은 감시하고 있지만 발행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규제 대상도 아니며 인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벤처 열풍과 함께 한탕주의에 눈이 먼 벤처기업가들과 `제2의 진승현'을 꿈꾸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탈법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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