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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IT 30억어치 장비 누가 가져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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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교 설립 3년여 만에 30억원대의 연구기자재가 사라진 서울 상암동 한독미디어대학원 대학 입구.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대학에 대한 집중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성식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KGIT)의 산학협력단장인 김용환 교수는 올 6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2008년 대학 설립 당시 있었던 특수카메라와 단백질 연구장비 등 30억원대의 기자재 930여 점이 몽땅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있는 이 대학은 ‘장비 실종 미스터리’ 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대학의 연구 장비가 설립 3년여 만에 통째로 사라진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박호군(전 과기부 장관, 올 2월 취임) 총장은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장비를 빼돌렸는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미스터리를 풀지 못한 대학 측은 대학 감사 명의로 지난달 1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에 부실운영 실태 감사를 요청했다. 대학 설립 때 확보한 연구 기자재 930여 점이 없어졌으며, ‘대학에 부정이 많다’고 말한 박 총장에 대해 교직원들이 퇴진 요구 성명을 내는 등 학교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게 감사 요청 이유였다. 현재 학생들은 변변한 연구 장비도 없이 강의를 듣고 있는 상태다.

 이 대학은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설립됐다. 서울시가 DMC를 개발하면서 특혜 분양 의혹이 일자 개발업체 ㈜한독산학협동단지(당시 대표 윤여덕)와 합의해 업체 분양 이익금 1680억원을 출연해 문을 열었다. 국내 40여 개 대학원대학 중 자산이 가장 많다. 2009년 3월 첫 신입생을 선발했으며 전공은 미디어 제작과 공학이 있다. 교수는 16명, 직원은 9명, 재학생은 140여 명이다.

  교과부는 감사에 착수해 미스터리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설립 조건을 위배한 것이 있는지, 장비 입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 감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비가 사라진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은 올 4월 말. 한 달 전인 3월에 이 학교에 부임해 연구장비 관리를 맡은 김용환 교수가 S교수의 국가연구비 신청서를 검토하다 수천만원대 장비가 대학에 있는 것으로 기재됐는 데도 확인해 보니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S교수에게 장비의 소재지 를 소명토록 요구했지만 그 교수는 장비 소유처를 자신이 세운 벤처회사로 변경해 다시 제출한 뒤 추가 소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S교수는 결국 연구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부임 후 기자재 목록 유무조차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학 설립 인가서를 뒤져 장비 930여 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장비 중에는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대당 3000만원 하는 특수카메라와 수백만원대의 전자신호 측정기(오실로스코프), 2000만원대 단백질 연구장비도 있다. 익명을 원한 이 대학 관계자는 “교수와 직원이 공모하지 않았다면 그 많은 장비를 빼돌리기는 불가능하다”며 답답해했다. 또 한독산학협동단지가 대학재단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부동산 중 50억원가량이 한독의 채무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체에 특혜를 줬던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 김상범 행정1 부시장은 “한 달 전 조사해보니 재단에 출연키로 한 50억원이 넘어가지 않았다”며 “계약해지나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학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학교법인 진명정진학원의 11명 이사 중 2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를 추천한다.

[알림] ‘KGIT’ 관련 정정보도문
중앙일보는 2012년 9월 5일 ‘KGIT 30억어치 장비 누가 가져갔나’ 제하의 기사에서 2008년 대학 설립 당시 학교 설립인가서에 있었던 30억원대 기자재 930여 점이 사라졌고“교수와 직원이 공모하지 않았다면 그 많은 장비를 빼돌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대학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 ㈜한독산업협동단지가 한독공학대학원대학교(KGIT의 전신)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연구기자재 932점은 실제 위 대학에서 인수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고, 결과적으로 교수와 직원이 공모하여 장비를 빼돌린 것은 아니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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