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의약분업 뒤 의대 정원 축소 2020년 의사 최소 3만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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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2020년엔 의사가 적게는 3만4000명에서 많게는 16만 명까지 부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20%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금도 의사가 많다며 반대한다.

 3일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정형선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용역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인 데다 지금도 의사들이 장시간 진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3058명인 의대 정원을 36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2.5명(2011년)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의사는 2명(2010년 기준)에 불과해 인구 1000명당 0.5명 정도 부족하다. 연구팀은 2020년에는 3.2명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 의사들에게 밀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의대 정원을 순차적으로 10% 감축해 왔다. 이 여파가 2010년부터 나타나 신규 의사가 줄기 시작했다. 의사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실련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의사를 2배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도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 수요가 늘어난 속도에 비해 의사가 적은 건 사실”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강하게 반대한다. 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의사 증가 속도가 OECD 평균보다 5배 이상 빠르고 지난해 동네의원의 6%가 문을 닫을 정도로 의사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 취약지 의사 부족과 관련, 송 대변인은 “공중보건의나 은퇴의사를 활용하자”고 말했다.

 의과대학들도 정원 늘리기에 소극적이다. 서울대 의대 강대희 학장(전국 국립의대학장협의회장)은 3일 “의대 입학정원을 무작정 늘리지 말고 현 정원의 30% 정도를 처음부터 기초의학, 공공·글로벌의료, 의료산업 전공의사로 정해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 증원에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분야와 지방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는 게 순리다. 서울대 강 학장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고령화와 의사 부족 사태를 먼저 겪은 일본의 해법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40년 전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자치의과대학을 세웠다. 47개 도도부현(한국의 광역시·도)이 우수 고교생을 선발해 이들에게 의대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9년간 고향 근무를 의무화한 방식이다.

최근엔 다른 의대들도 정원의 일부를 이런 방식으로 뽑는 추세다. 호주도 농어촌에 근무할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미국·캐나다처럼 외국 의사를 수입할 수도 있지만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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