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과의 만남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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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데이트에 참가한 이명규군·이가은양이 강윤선 대표와 거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날씨도 안 좋은데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28일 오후 3시,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가 이명규(서울 영동중 2)군과 이가은(서울 우면초 6)양을 반갑게 맞았다. 이들은 학교마저 휴교할 만큼 강력한 태풍 블라벤에도 개의치 않고 청담역에 위치한 본사를 찾았다. 강 대표는 9월 15일 휴넷에서 주최하는 롤모델 콘서트에 아주대 이국종 교수, 패션모델 이현이씨 등과 함께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선택

 “저는 초등학생 때 군인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목표입니다. 꿈이 자꾸 변하는데 자기가 원하는 꿈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이군의 질문에 강 대표는 “자신이 상고를 다니면서 품었던 꿈은 경리였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 일이 적성에 어울린다고 생각도 했었다고.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 “내가 익힌 손기술은 기계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자신 또한 멋 부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꿈을 바꾸게 됐다. 상고에서 미용을 공부할 수 있는 기술고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18살 때부터 미용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양은 “염색도 하고 싶고 매니큐어로 손톱 치장도 하고 싶은데 엄마 반대가 심해요”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강대표는 “우리 부모들은 무슨 일을 할 때 이건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는 식으로 선부터 긋는 경향이 있죠”라며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부모와 자식 간에 게임을 해본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니큐어를 칠하고 싶다면 하도록 허용하되 일정분량의 책을 읽도록 하거나 숙제와 같은 책임을 다한 후에 허용하라고 조언했다.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되뇌어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라고 이군의 질문에 강 대표는 “목표는 있었는 데 꿈은 없었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당시에는 헤어 디자이너가 사회적 자부심이 부족했던 만큼 인정을 받기 위해선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계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생각이 크다고 돈이 더 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말이 씨가 된다고 어느 순간 그 길이 열리더군요”라고 말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18년째 실천해온 독서경영이다. 그 시작은 서비스 정신에서 나왔다. 강 대표는 “손님과 말상대가 되기 위해선 뉴스·시사·영어까지 많이 알아야 겠더라구요. 곰곰히 고민하니 책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겠다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하지만 반발이 심했다. “손님들 머리 만지러 왔지 책 읽으러 왔느냐”며 그만두는 직원도 있었단다. 그는 “무협지든 풍속소설이든 장르를 가리지 말고 다독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더 많은 교양을 얻을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독서경영과 함께 그는 철저히 현장을 지향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합니다. 젊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서 개방된 공간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대표실에는 여닫이 문조차 없었다.

일정에 맞춰 책 쪼개 읽으며 독서경영

 이같은 믿음은 대표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 흔한 소파 하나 보이지 않았다. 2000명 직원을 책임진 CEO의 사무실답지 않게 소박하다. 누군가 대표실이라고 귀띔을 하지 않으면 여느 디자이너의 작업실로 보일 정도다. 대신 책으로 빼곡히 찬 책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탁자 위에도 10여 권의 책이 쌓여있다. 낮에는 CEO, 밤에는 서경대 대학원에서 소비자심리와 금융심리를 강의하는 교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 읽었던 책이라며 『위대한 장인의 비밀』이라는 책을 펼쳐 든다. 책에는 볼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중요한 내용은 별표를 표시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그가 책을 읽을 수 있는 비결은 ‘쪼개 읽기’다. 읽을 책을 정하면 며칠 안에 읽겠다는 계획을 잡는다. 그 다음 일정에 맞춰 분량만큼 찢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10일안에 보겠다면 30페이지씩 잘라내 휴대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읽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생각조차 작아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생각의 차이만으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특히 무슨 일을 하든지 포기 없이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준오헤어에서 성공한 직원들의 공통점은 “3년 이상 죽어라 노력했다는 점”이라며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자주 접하면서 모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의=1588-6559, www.jrhunet.co.kr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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