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체 양지로 나온다… 日자본 국내 돌풍에 자극

중앙일보

입력

서울 명동 입구 한일빌딩 314호실. 법인으로 등록해 사채(私債)업을 하는 굿머니크레디트㈜ 명동지점의 30평 실내는 갈색 목재 장식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유니폼에 명찰을 단 여직원이 손님을 맞는다.

김기진 부지점장은 "등록법인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 말했다. 30대 후반의 회사원이라는 한 고객은 "30분 만에 월 7.2%의 이자로 1백50만원을 1년 동안 빌렸다" 고 말했다.

사채시장에 '커밍아웃(양성화)' 바람이 불고 있다.

2~3년 전부터 일본계 대금업체가 등록법인으로 영업을 시작해 급성장하는 가운데 암시장에서 벗어나 법인으로 등록, 소비자 금융을 표방하는 토종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법인으로 등록해 지점망을 갖추고 영업하는 업체가 30여개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설립한 굿머니크레디트는 전국 35개 지점에 직원이 1백60명이다.

대구에서 법인으로 등록한 한국크레디트는 자본금 10억원에 직원 8명을 두고 소액 신용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허시구 사장은 "2년 안에 서울에 진출할 것이며, 증시 상장이 목표" 라고 말했다. 대호.삼호파이낸스 등 일부 파이낸스 업체도 상호를 '○○크레디트' 로 바꾸며 소액 급전 대출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 사채업자들이 법인 등록과 함께 대형화를 꾀하는 것은 선발 업체로 시장을 잠식하는 일본계 업체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이 일본계 대금 업체로 몰려가는 시장 상황이 압력으로 작용했다.

일본계 대금 업체는 소비자 금융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A&O인터내셔날을 비롯, 프로그레스.해피레이디.캐쉬웰.센추리서울 등 6~7개가 영업 중이다.

1998년 국내에 들어온 A&O는 자본금 1백84억원으로 전국 28개 지점에 직원이 2백30명이다.

'은행보다 편리한, 은행보다 더 가까운 생활 금융기업' 을 내세우는 프로그레스는 44개의 영업점에 1백6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서경호.최현철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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