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간 연속 2교대” … 46년 만에 밤샘근무 없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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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는 내년 3월부터 제조 라인에서 밤샘 근무를 없애기로 30일 합의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가 차량을 조립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내년부터 밤샘 근무가 사라진다. 1967년 문을 연 지 46년 만이다. 식사와 휴식 시간을 빼고 2교대로 하루 종일 공장을 돌렸으나 내년 3월부터는 오전 1시10분부터 6시40분 까지 라인을 멈추기로 했다. 2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는 ‘주야 2교대제’를 ‘주간 연속 2교대’로 바꾼 것이다.

 현대차노사는 30일 이 같은 근무 체제 변경을 골자로 하는 임금·단체 협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본급은 월 9만8000원(5.4%)을 인상하고 성과급으로 월 통상임금의 350%에 900만원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10일 협상을 시작한 이래 112일 만에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지난달 초부터 하루 2~4시간씩 20여 차례에 걸쳐 했던 부분파업도 일단 멈추게 됐다. 현대차는 부분파업으로 12만1519대, 총 2조3403억원의 생산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이슈는 근무여건 개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근로자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 1749시간(2010년 기준)인데 비해 현대차 근로자는 지난해 연 2040시간가량을 일했다. 지나치게 일하는 시간이 길어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는 데는 노사 간에 이견이 없었다. 노사는 일찌감치 근무 체제 개선을 추진했으나 근로 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 조정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다 이번에는 임금을 깎지 않는 대신 생산성을 높인다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현재 시간당 402대인 생산성을 432대로 7.5% 끌어올리기로 했다. 1인 평균 하루 1시간30분가량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집중력을 높여 더 열심히 일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당근도 마련했다. 연간 생산 목표를 달성하면 월 통상임금의 150%에 현금 50만원과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을 ‘목표달성 장려금’으로 주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06만 대보다 5.7% 늘어난 429만 대를 올해 생산 목표로 잡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더해 3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설비를 확충해 차량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설비를 확충해도 생산직을 더 뽑지는 않는다. 효율성을 높여 현재 인력으로 추가 설비까지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노사가 일단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남은 쟁점이 있다.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다. 현대차는 이달 중순 “현재 사내하청 근로자 6800여 명 중 3000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현대차 노조원이 ‘전원 정규직 전환’을 내세우며 반대했다. 다른 임단협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가 거의 합의를 봤으나 이 문제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밤에는 사내하청 노조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다 회사 관리직원 및 경비용역 직원과 충돌하기도 했다. 급기야 현대차 노사는 사내하청 근로자 관련 사안은 별도로 논의하기로 하고 합의를 도출했다.

 이렇게 사안을 분리해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29일 합의안을 만들어내려 했으나 사내하청 근로자 문제 일괄 처리 등을 주장하는 일부 노조원이 노사 협상 장소를 봉쇄해 합의가 불발됐다. 노조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다 사내하청 근로자 건을 별도로 다루는 데 지지하는 대다수 노조원 목소리에 밀려 반대파들이 결국 봉쇄를 철회함으로써 합의를 이루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합의안에 대해 다음 달 3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한다. 익명을 원한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만큼 조합원 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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