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지켜보세요, 한국의 샌드버그 될 따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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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정선언
경제부문 기자

어머님, 많이 놀라셨죠? KAIST를 나와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딸이 착실히 다니는 줄로만 알았던 한국생산성본부를 관두고 박봉에, 정년도 보장 안 되는 벤처기업에서 일한다니 말입니다. [본지 8월 30일자 B4면] 기사를 쓸 때만 해도 어머님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걸 저 역시 몰랐습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중앙일보 애독자인 엄마가 회사 관둔 걸 알게 될 것 같다”는 서숙연(27)씨의 글을 볼 때까진 말입니다. 제가 따님을 처음 만난 건 1월입니다. 따님 열정에 저까지 덩달아 기운이 났습니다. 따님은 “지난 몇 개월간 50명가량을 직접 채용하며 인사담당자로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습니다. “벤처만큼 많은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할 땐 온몸에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고요.

 어머님은 따님의 꿈이 뭔지 아십니까. “최종적으론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43)가 떠올랐습니다. 샌드버그는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내로라하는 여성기업인입니다.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와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의 수석보좌관까지 지냈죠. 그런 그가 2001년 신생 벤처 구글에 합류했습니다. 샌드버그는 모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구글에 입사할 때 저는 ‘다른 곳은 더 높은 직급을 제안하는데 구글은 고작 부문장이냐’고 했어요. 에릭 슈밋 회장은 ‘멍청한 소리 마라. 함께 로켓에 오르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직급과 보상 역시 빠르게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샌드버그는 구글에서 부사장까지 올랐습니다. 2008년엔 ‘또 다른 로켓’ 페이스북에 올라 지금은 페이스북 최초의 여성 이사회 멤버로, 그가 소유한 주식가치만 1조4200억원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도 처음엔 작게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두 명이 차고에서 시작했고요. 지금은 직원 몇 명 안 되는 벤처지만 따님은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삼성과 애플처럼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샌드버그가 되겠죠. 제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