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거래량 · 상승률 등 코스닥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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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의 기세에 눌려있던 거래소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 시장 체력을 반영하는 지표에서 코스닥을 앞서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상승률마저 코스닥을 추월했다.

건설.증권 등 뚜렷한 주도주가 부각되기 시작한 점도 거래소의 전망을 밝게 한다. 이에 비해 코스닥은 주도주가 사그라들고 테마주도 시들해지면서 상승탄력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승장에서는 코스닥이, 약세장에서는 거래소가 낫다' 는 증시 구도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막연한 성장기대감보다 실적이 중시되면서 우량 전통업종이 많은 거래소가 상승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거래소로 몰리는 에너지〓2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 말보다 3.07% 오른 618.96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 610선 안팎에서 매매공방을 벌였지만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가 늘어나고 개인투자자 선호종목까지 강세를 보이며 지수가 장중 내내 오름세를 탔다.

이에 비해 코스닥은 2% 오른 급등세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약해지며 0.94%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을 주도하던 개인 매수세가 거래소의 건설.증권 등으로 옮겨간 탓이라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거래소의 강세는 지난주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거래소는 지난 9일 거래량에서 코스닥을 추월했고 15일부터는 상승율에서도 코스닥을 제쳤다.

15일과 16일 하락장세에서는 코스닥보다 덜 내렸고 17일부터는 코스닥보다 더 오르며 신바람을 냈다. 거래소가 3일 연속 코스닥 상승률을 추월하기는 지난해 10월18일~20일 이후 7개월 만이다.

◇ 경기회복 기대감은 거래소가 먼저〓4월 중순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세는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호전 기대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면에서 코스닥보다는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경기 저점에 대한 예상이 올 3분기~내년초로 다양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정보기술(IT)업종은 이보다 1~2분기 늦게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도 21일 1분기 실적을 토대로 내놓은 산업별 전망에서 제약.철강.비철금속.반도체.자동차.전기가스.조선.은행 등 거래소에 많이 몰려 있는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반면 반도체장비.전자부품.컴퓨터.정보통신.인터넷 등 코스닥에서 비중이 높은 업종들에 대해서는 시장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 외부 변수도 거래소에 유리〓증시 주변 환경도 전반적으로 거래소에 유리해졌다.

미국증시에서는 전통주 중심의 다우지수가 지난주 저항선이던 1만1천선을 가볍게 건너뛴 반면 첨단주 중심의 나스닥은 2천2백선을 앞두고 멈칫거리고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주도주는 상승폭이 커 주가가 부담스럽지만 거래소에서 시세를 내기 시작한 건설.증권 업종은 아직 가격메리트를 갖고 있다" 며 "실적이 뒷받침될 내수관련 업종대표주와 외국인이 사고 있는 중저가 대형주가 유망해 보인다" 고 내다봤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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